한국일보

팜스프링스에 살으리랏다

2007-07-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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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사람 못사는 사막의 겨울 휴양지에서
집값 싸고 자연의 삶 가능한 상주 주거지로
풀타임 거주 인구 급증해 지금은 3분의1 이상
상주할 집 찾는 바이어 몰리고 주택 개발도 한창

여름이면 뜨거워 사람 살 곳이 못되는 사막의 휴양지 팜 스프링스. 5월이면 시즌이 끝나고 여름이면 죽은 도시가 됐던 이 곳이 상주 주거지로 새롭게 뜨고 있다. 팜스프링스는 추위를 싫어하는 노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주택의 대부분이 세컨드 홈 용도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이들이 잠깐이 아니라 눌러 살기 위해 이곳으로 줄이어 찾아들고 있다. 60대 초반의 알라이나 데마르티니도 그 중 한 사람.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의 을씨년스런 안개를 버리고 야자수와 툭 트인 사막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선택했다. 5년전 세컨드 홈으로 사두고 비행기나 차로 오가곤 했는데 아예 눌러 앉아 살기로 했다. 다시 돌아갈까 생각해보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겨울 잠깐 휴식이 아니라 주된 주거지로 살기 위해 팜스프링스를 찾는 바이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팜데저트의 부동산 브로커 네진 샘스에 따르면 이런 추세로 점점 변하다가 10년 전부터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제1주택(프라이머리 홈)으로 집을 찾는 바이어들이 10년 전만해도 10% 정도였지만 지금은 3분의 1에 달한다는 것.
상주하기 위해 팜스프링스로 들어오는 이런 바이어들 중에는 은퇴 노인뿐 아니라 LA나 오렌지 카운티에서 온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역 금융 관련 일자리들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많은 모기지 회사와 타이틀 회사, AG 에드워즈 선스와 같은 투자 브로커 회사, 프리덤 에퀴티 그룹을 비롯한 재정계획 회사들이 최근 속속 이 지역에 문을 열었다.
상주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거비가 저렴하다는 점. 3월중 팜스프링스의 중간가 주택은 40만7,000달러로 LA 카운티 54만달러, 오렌지카운티 63만달러보다 크게 낮다.
자식들 모두 떠나고 빈집에 남은 노인들이 팜스프링스에 세컨드홈으로 사뒀던 집으로 이주해 오는 추세도 상주 인구 급증의 한 요인이다. 처음에는 세컨드 홈으로 사지만 5년내에 그냥 눌러 앉아 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은퇴 주택을 미리 사 두었던 셈이다.
팜스프링스는 원래 럭서리 휴양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풀타임 및 파트타임 거주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도시다. 겨울은 말할 필요없이 최고의 휴양지이며 여름도 모더니스트들의 주거지로 인기다. 또 동성애에 관대해 관련 이벤트가 자주 열리고 게이들의 10대 휴양지로 꼽힌다.
한 지역 마케팅 리서치 회사 조사에 의하면 팜스프링스 상주인구는 2006년 41만2,000명으로 2000년 이후 거의 30%나 급증 했다.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가 같은 기간 9.8% 증가한데 비하면 이 지역의 급성장이 눈에 들어온다.
개발업체들도 이런 추세를 놓칠 리 없다. 풀타임 및 파트타임 거주자를 겨냥한 여러 개 건설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다운타운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 118개 로프트 프로젝트는 스투디오가 60만달러, 펜트하우스 로프트는 130만달러까지 간다. 건설 초기 단계지만 벌써 많이 팔려 나갔다.
시의원 마이크 맥쿨로치(50)에 따르면 팜스프링스의 변화는 70년대 콘도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예전에는 5월이면 시즌이 끝나 도시가 비고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값싼 콘도들이 건설되면서 구매능력이 있는 풀타임 거주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팜스프링스에서 집을 구하는 바이어들은 열쇠 하나만 받아 쥐면 되는 집을 원한다. 상주하려는 사람들은 잔디 깎기나 펜스 페인트 칠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프라이빗한 백야드가 있고 홈오너 어소시에이션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단독 주택을 좋아한다. 겨울 잠깐 지내려 온 파트타임 거주자들은 골프코스가 가까이 있는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좋아한다. 문만 잠그면 떠나도 아무 걱정이 없는 집이어야 한다.
이스트 팜스프링스에 건설중인 에세나 팜스프링스는 상주, 임시거주민 모두를 겨냥한 프로젝트. 355에이커의 너른 땅에 1,450개 유닛이 건설 되는데 싱글과 동성애자, 첫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유닛외에 골프코스 위로는 고급 주택들을 지어 부유한 은퇴 노인들을 타겟 고객으로 삼고 있다. 스탠다드 퍼시픽 홈도 현재 예약금을 접수중이며 1,961에서 3,824스퀘어피트의 사이즈로 가격은 60만달러서 시작한다.
선캘 컴퍼니가 개발중인 게이티드 커뮤니티 ‘아발론 팜 스프링스’도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 752채 단독주택과 399개 다세대 유닛이 팜스프링스 입구 309에이커의 대지위에 건설되는데 2008년 완공 예정이다.
팜스프링스에는 잠깐 내려와 살다가 상주하게 된 주민들이 많다. 반은퇴 주식브로커인 윌리엄 파인골드(57)도 그런 케이스. 원래 LA서 살면서 머리를 쉬게 하고 싶을 때 팜스프링스의 휴가콘도를 찾았는데 지금은 이 곳이 좋아 그냥 산다. 2000년에 휴가용으로 11만달러를 주고 샀던 1,250스퀘어피트 2베드룸 콘도는 지금은 32만5,000달러로 올랐지만 투자용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 곳에 내려와 살면서 더욱 자신은 LA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사막 위로 불쑥 솟은 샌하신토산과 밤하늘의 별을 접하면서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막이라면 텅빈 불모의 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화강암 산속에는 산사자와 뱀, 빅혼 양이 살고 있고, 바로 머리맡에 자연이 있다”고 말한다.
다운타운 한 델리점 주인은 전에는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문을 닫았지만 요즘은 연중 문을 여는 곳이 많아졌다며 상주인구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에 상주하려면 살인적인 더위는 각오해야 한다. 여름 낮이면 120도까지 올라가 병원은 일사병 환자로 붐빈다.
팜스프링스를 접한 사람은 사랑하거나 아니면 혐오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데마르티니는 사랑에 빠진 케이스. 그녀는 밤 11시 풀 위에 떠 있길 좋아 하며 야자수 사이로 비치는 별을 사랑한다. “내가 무엇을 생각 하고 원하는지를 이곳에서 알게 됐다. 사막은 인생을 단순화하는데 아주 그만이다.” 그녀의 팜스프링스 찬가는 절로 나온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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