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의 향기

2007-07-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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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 인해 잘 알지 못하는 고객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게 된다.
늘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지 않은 에이전트들이 셀러와 바이어를 만날 때 그들의 성격까지 파악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그들의 인상과 말투에 그대로 배어 있는 까닭이다.
집 주인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는 집을 보면서 사람이나 집이나 자신이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살면서 늘 불만인 사람들은 여러 집을 보고 기꺼이 골라 에스크로까지 열어 놓고도 계속 그 선택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다음날 조간 신문에 기사로 나온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는 그 기사 한 줄에 득달 같은 전화를 에이전트에게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집을 지금 사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에 읽은 기사를 그대로 전하는 멘트가 성의껏 권해준 에이전트를 머쓱하게 하기도 한다. 내 인생의 보금자리를 사는데 왜 타인의 의견이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살면서 우리 뜻대로 이루며 사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원하는 충분 조건을 대략 갖춘다면 그것을 바탕화면으로 하나 둘씩 자기만의 꿈과 행복을 그려 가면서 삶에 대해 적당히 만족하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남에게 보여지는 집이 아니라 내가 살 집이기에 어깨 너머 들리는 말로 흔들리지 않음이 지혜롭다.
한국에서는 유행따라 가지 않으면 왠지 뒤떨어 지는 듯해 똑같은 옷,차량,헤어 스타일에 민감해진다.
몸짱 얼짱을 만드느라 분주한 인터넷 기사에 나이에 상관없이 주부마저 동참하는 성형공화국이 되고 있고 수돗물까지 잠그게 만드는 부적절한 드라마의 인기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현실 속에 아주 가끔은 생뚱맞는 상상을 갖게 하면서 그런 드라마에 획일적인 관심이 모인다.
유행을 좇는 그 문화가 싫어 이민 왔으면서도 그간 우리를 버티게 한 관습이란 틀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면서 양쪽 문화에 걸쳐 있다.
남과 비교하면서 덜 가졌다고 느끼는 불만이 현실이란 유리관에 차곡히 쌓이다 어느 순간에 폭발해 버린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게 되면 아무 잘못없는 배우자에게 화가 돌아가게 되고 그간 열심히 쌓아 온 땀흘린 세월들을 공허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소유에서 얻어지는 만족이 지극히 불안한 것은 소유가 주는 잠시의 위안에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얻어지는 고즈넉한 관조를 이제는 편하게 품을 때가 됐지만 끝없이 생겨나는 자아를 채우지 못하는 갈등 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으로 남게 한다.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면서 즐기기 보다 페이먼트 내기에 급급해 더 많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집과 걸맞는 여유로움이 자연스레 인상에 나타날 때 부러운 삶을 산 듯 보이지만 겉으로는 조건적으로는 다 갖춘 듯 해도 늘 긴장하게 하는 분위기에는 좋은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한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살 때 우리는 각박함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보다 더 큰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12가지 중에 가장 강한 것은 좋은 사람들끼리 나누는 사랑이라 했듯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베푼다면 힘겨울 때 기꺼이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을 받을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좋은 향을 갖고 있듯이 우리들도 좀 더 인생을 멋지게 살기 위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기 위해 조금은 달려가다 멈출 수 있는,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문득 한가할 때 차 한 잔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수더분한 벗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의 인생은 덜 외롭지 않을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 주어진 인생을 두루두루 나누며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 번 뿐인 인생이기에, 은은하고 깊은 자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하루가 오늘은 유난히 가볍게 여겨진다.
그리운 친구의 따스한 전화 한 통으로 인해.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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