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승욱, 비행기 타다

2007-06-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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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서둘러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 승욱이와 집을 나섰다. ‘승욱, 제발 얌전히 비행기 타고가자’. 이번 여행은 북가주 밀알선교회의 초대로 샌호제에 장애 부모님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토요일 하루 갔다오는 일인데 여러 날을 고민했었다. 그 이유는 과연 승욱이가 비행기를 잘 탈 수 있을까 였다. 내가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으로 결정은 했지만 승욱이가 미국으로 오던 때(18개월) 이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문제가 시작되었다. 탑승구 안으로 들어가려면 검색대를 통과 해야 하는데 신발을 벗기려는 나와 승욱이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승욱이는 집에 들어오면 신발을 벗고 화가 나면 신발을 벗는다. 그 외에는 절대 신발을 벗지 않는데 검색대를 통과시키려 신발을 벗기니 발을 구르고 울기 시작이다. 거기다 와우이식을 한 머릿속의 금속이 어김없이 빨간 불이 번쩍거리고 삑소리가 나고 게다가 액체물건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이 안되는 것을 깜빡한 내가 승욱이 주스(하루치 먹을 양)를 모두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었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신발을 신겨주니 그제서야 진정을 한다. 거기다 공항직원에게 와우이식 때문에 금속탐지기에서 소리가 난 것이라고 설명해 주고 증명서를 보여주었다. 뺏긴 주스를 다시 사기 위해 공항 스낵바에서 주스를 사고 우리가 타야 하는 게이트로 걸어가면서 ‘어휴. 고생을 왜 사서 하는지 내가 다시는 너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나 봐라.’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손에는 승욱이를 잡고 한 손에는 짐가방을 들고 씩씩거리고 게이트로 가니 승욱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먼저 탑승을 하게 해주었다.
제일 앞자리 창가에 승욱이와 내가 앉았다. 집에서 나와 비행기를 타는 내내 화난 얼굴을 하던 승욱이가 비행기 안의 안내방송을 듣고 웃기 시작이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 비행기의 목적지는…’ ‘깔깔깔, 히히히’ 뭐가 그리 웃긴지 방송소리만 나오면 자지러지게 웃는 것이 안내방송 소리가 굉장히 재밌게 들리나보다. 하긴 난생처음 듣는 소리지..
비행기가 이륙을 하려고 서서히 움직이니 승욱이가 창문을 붙잡고 완전 신이 났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올라 서서 서서히 속력을 내고 급기야 전속력을 다해 비행기가 하늘로 날기 시작했다. ‘우악~’ 승욱이의 괴성으로 직원이 달려왔다. “무슨 일 있어요? 도와 드릴 일이라도” “아니요, 애가 너무 신이 나서요. 롤러코스터 탄 줄 알거든요.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
아무리 승욱이의 입을 막아도 웃음소리와 괴성을 막을 수가 없다. ‘야 너 왜이리 촌스럽게 이러냐. 시골아이 서울에 상경해서 난생처음 청룡열차 탄줄 알겠다.’
다행히도 승욱이의 정신없는 행동에도 주변 사람들이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다들 이해하는 얼굴이다. 한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가 서서히 속도를 줄여 착륙을 하려고 한다. 또다시 ‘우악~’거리며 신이 난 승욱이의 얼굴이 행복 가득이다. ‘우리아들이 비행기 타는 것을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네. 흠.’
비행기가 샌호제에 도착을 했다. “승욱아 내리자.”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일어나라고 하니 자리에서 꿈쩍 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더 타고 싶은지 의자를 붙잡고 엎드려서 내리자는 나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있다. “승욱, 집에 갈 때 다시 타는 거야. 오케이?”
비행기 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엄마의 생각을 완전 뒤엎고 승욱이는 세상서 제일 큰 승욱이만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6년만에 오늘 제일 먼 곳으로 여행을 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넓고 큰 세상으로 승욱이가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음 좋겠다. 언제나 엄마의 생각보다 승욱이가 큰아들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날이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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