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브 김-김원실 부부 프랑스 배낭여행기 < 3·끝>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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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있는 세상은 못 갈곳 없다

곳곳에 예술문화 유적, 일정 짧아 아쉬움
캠핑시설 잘돼 있어 배낭여행하기 수월

파리 시내관광 이후의 일정을 잠깐 들여다보면 이렇다.
파리를 출발하여 서쪽 노르망디에 있는 에뜨리따의 아름다운 절벽과,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명해진 곳을 통과해서 바이킹의 후예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 쌩말로에서 캠핑을, 이튿날 그곳에서 약 2시간정도 떨어진 성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 조석간만의 차이로 섬으로 변했다 육지로 닿았다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비한 모습을 발하는 프랑스의 대표작 몽쌩 미셸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거의 하루 종일 운전하여 거의 남쪽에 있는 기적의 물이 샘솟는 곳, 전 세계에서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어 찾는다는 루르드의 성지에 도달하여 또 그곳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특히 프랑스는 캠핑 시설이 아주 잘되어 있는 편이다.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캠핑장이다. 싸구려 호텔을 가도 60유로 이상 줘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하루 캠핑 금액은 10유로 정도이니 숙박비에서 많이 절약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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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항구도시 니스, 지중해 크루즈 여행에 꼭 들어갈 만큼 유명한 곳이다. 니스 북쪽 산 위에 있는 작은 마을 에제라는 곳에 있는 캠핑장에서 바라본 니스항.

다음 목적지인 남부 해안가의 도시 툴롱이라는 곳과 세계 영화제가 열리는 칸, 프랑스 남부의 보석인 니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와 그 안의 몬테칼로, 남부 쪽에서만 이 모든 곳이 그저 단순한 몇 박 며칠 배낭여행으로만은 너무나 아깝고 아쉬웠다. 마음 같아선 한두달 정도 묻히고 싶었지만 다음 행선지인 알프스 산을 통과 하기위해 접어야만 했다.
거의 반나절 이상을 운전하여 도착한 곳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가 접경하는 곳 알프스 산에 다따랐다. 십여개 이상의 길고 짧은 굴을 통과하고 톨게이트가 나왔는데 통행세를 30유로씩이나 받는 굴 바로 앞에 있는 톨게이트였다.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모두가 유료화 되어 있는데 약 한시간 정도 달리면 정확히 톨게이트에서 세금을 징수하였는데 일반적으로 5-10유로 정도이다. 그런데 이곳은 비싸니 특별난 곳인가 보다 하고 굴을 통과를 하는데 10분을 지났는데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긴 굴을 지나가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 시간을 재지 않아서 확실치 않지만 기분 상 20분은 통과한 것 같다.
굴을 막 나오자 차를 세우고 그 산을 쳐다보았는데 가히 상상이 안 갈 정도로 크고 웅장하였다. 해서 저 만치에 있는 기념탑에 가서 보니 그 산 이름이 이렇게 적혀있었다. “몽블랑”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산이 몽블랑(Mont Blanc)인 줄 몰랐었다.
왜냐면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영어표기로 마운트 블랑크라고 무식하게 나는 발음을 하였으니 말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어의 기본 발음을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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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꽤 떨어져 있지만 많은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퐁텐블로 궁 앞에 선 필자. 설치작가 백남준씨가 이곳을 찍은 사진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 여행을 통해서 여러 궁전을 관람하였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로 퐁텐블로 궁이었다. “프랑스 역사를 알려면, 책을 읽는 것보다 여기에 오는 것이 낫다”라고 한 아나톨 프랑스의 말대로 퐁텐블로 성에는 중세 봉건시대의 카페 왕조부터 나폴레옹 3세까지 프랑스 역대 왕조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호화로운 점에서는 베르사이유 궁전이 앞서지만 이 성은 이곳을 사랑한 왕들이 전대의 유산 위에 각 시대의 문화 흔적을 덧쌓아온 자취가 돋보이는 곳이다. 역대 왕들이 이곳을 사랑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야성의 매력을 풍부하게 지닌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광대한 숲에 있었다.
16세기 초 이탈리아와의 전쟁 때 많은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대부분 당시로선 한물 간 피렌체에서 빼내온 예술가들이었지만, 그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화가도 있었다.
일주일 동안 프랑스의 서쪽, 남쪽, 동쪽을 돌아오는 동안 처음에는 쌩쌩 달리던 새 차였는데 중고차를 만들어서 렌터카 회사에 반납하려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배낭을 메고 북쪽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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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연합군을 상대로 만들어놓은 쌩말로의 독일군 참호 뒤에 있는 기관포 진지. 그 바로 옆에 있는 쌩말로 캠핑장에서 캠핑했다.

파리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오베르 쉬르와즈, 별다른 특성도 없는 와즈 강가의 이 마을이 여행객의 발길을 끄는 것은 한마디로 저 불꽃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때문이다. 만년에 이미 광기에 사로 잡혀있던 고흐는 이 마을에서 그의 최후의 명작을 그리고 1890년 7월에 권총으로 자살하여 37세의 생애를 끝마쳤다.
고흐의 방은 그때 그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좁은 지붕 밑 방으로 침대와 책상 그리고 의자밖에 없어서 쓸쓸하다.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지도책을 의존하며 배낭 메고 텐트 생활하면서 하는 여행은 고생스럽고 힘들지만 머리 속에 간직되는 새로움과 두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 필자 김스테파노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여행을 즐길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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