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잡한 융자 설명서-소비자 알 권리 막는다

2007-06-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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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서류를 사인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무슨 서류가 이렇게 많아” “한국에서는 서류 한 장에 인감도장 찍으면 그만인데”라며 불만을 토로하신다. 처음에 몇 장 찬찬히 읽어보며 서류를 넘기시다가 나중에는 그냥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할 곳만 찾으신다. 융자서류가 많아 아무 말도 없이 사인만 해도 족히 15분은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복잡한 융자서류를 보면 읽어보기도 싫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융자신청 후 은행에서 날아오는 두꺼운 disclosure statement를 받은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이나 mortgage banker들은 융자신청을 받은 지 3일 이내에 융자 설명서(loan disclosure statement)를 융자 신청인의 현 거주지 주소로 보내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융자 신청인들은 집으로 배달된 두툼한 봉투를 뜯어보고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좀 관심이 있는 분들은 대충 보고 융자금액과 비용, 이자 조건이 처음 약속과 다르다고 흥분하시며 융자 broker를 찾아 따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그냥 법만 따르려는 은행들의 무성의한 estimated disclosure statement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냥 그 서류는 어림잡은 견적서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적어도 자신이 융자를 신청했다는 것은 알게 되므로 누군가 자신을 도용해 융자를 신청하는 fraud는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연방 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서 얼마 전 무작위로 선택된 800명을 대상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융자 disclosure statement의 이해 정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융자금액-참가자의 반 이상이 정확한 융자금액을 disclosure statement를 보고 알지 못했다.
*융자비용-참가자 10명 중 9명은 total 융자비용이 얼마인지 몰랐다.
*Penalty 조항-참가자 60% 이상이 융자 program에 penalty가 있는지 몰랐고 그 중 95% 이상이 penalty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APR(Annual Percentage Rate)-조사자 중 20%는 disclosure statement에서 APR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위의 조사는 여러 은행의 disclosure statement form 중 가장 이해하기 쉽다고 판단된 것을 sample로 골라 실험한 것이라 한다. 조금 더 복잡한 융자 program인 option ARM이나 ballon payment program의 statement는 더욱 소비자를 혼동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Sub-prime 융자의 파국도 결국은 융자 program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2년만 고정이고 그 후 이자가 3~4%가 올라갈 수 있다고 loan 서류는 설명하고 있지만 그 위험을 인식한 사람은 적었다. 융자 broker들의 수박 겉핥기식의 설명도 한몫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Federal Trade Commission의 경제학자들은 loan disclosure statement를 보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융자금액, 이자, monthly payment, 재산세, 보험비용 등을 포함하고 변동 program일 경우 이자가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융자를 모두 갚아야 하는 ballon payment 융자인지, 조기상환 벌금이 있는 지까지 1 page에 모두 포함하는 간결한 disclosure statement가 등장할 전망이다.
바쁜 이민생활에서 우리는 여유가 너무 없다. 융자도 그냥 부동산 broker가 추천하는 데서 맹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자신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니 최소한 이자가 얼마이고 융자조건은 어떤지, 비용은 얼마인지, 조기상환 벌금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잘 모른다면 융자 broker나 은행 담당자에게 물어서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고객의 권리인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겨 서야 되겠는가?

(213)219-9988
브라이언 주
뉴욕융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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