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6-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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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영성 운동

많은 학자들이 21세기를 영성의 시대라 말한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교계에는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많은 관심이 일고 있다. 영성계발, 영성훈련, 영적형성, 영성목회 등의 단어들이 기독교 서적마다 넘쳐나고 강단에서조차 영성에 대한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다. 그러나 “영성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쉽게 설명하면 기독교 영성은 ‘기독교인의 믿음이 살아 움직이는 믿음이 되도록 하는 힘과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영적 형성이란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아 새롭게 변화되는 것’을 뜻하므로, 예수 닮기, 그리스도의 충만한 분량에 자라가기, 성화, 내적 성장 등이 영성에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새 들어서 이 영성에 대한 관심이 한국 교회에 새삼스럽게 고조되고 있는가? 우리가 알듯이 지난 한세기 동안 한국 교회의 특징을 말한다면 부흥과 교회성장 중심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교회의 특성은 대형교회 추구와 권위주의적인 교회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선교를 향한 열정과 같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였지만 교인 개개인의 내적 성장을 가져오는 영성훈련의 결핍으로 인하여 영적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동안 교회가 부흥과 성장 일변도로 나아가다 보니 그 결과 목회자들은 교회에 충성된 교인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세상을 향한 복음의 전달자로 소금과 빛의 사역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는 영적 군사를 훈련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교회 일에 열심 있는 사람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동일시되면서 교인들은 자신의 내적 성숙의 뒷받침 없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인격과 모습이 교인들 안에 형성되었고 교회 안에서만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사회에 영향력을 잃어버리는 교회와 기독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오늘 기독교인들은 스스로의 영적 성숙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가 기독교 윤리실천 운동이 ‘열매로 그 나무를 알 수 있다’는 성경의 원리를 가지고 제시하는 성결 운동인 것이다. 기윤실은 기독교인의 삶에 나타나는 윤리적인 실천의 열매로 영적 성숙도를 진단하며 한편으로 미성숙의 모습을 반성하고 또 한편으로는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격려하면서 교회와 사회를 함께 세워가기 위한 영적 운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윤리 실천운동이 참된 결실을 맺기 위해서 무엇보다 지역교회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목회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마련한 여러 가지 행동지침들을 실천하고 서로 독려하는 일과 동시에 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는데 필요한 힘은 궁극적으로 영성훈련을 통하여 나오기 때문이며 지역교회와 분리되어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역교회와 함께 영성훈련의 시대적 요청에 발맞추어 나아갈 때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흘러가는 혼탁한 우리 사회의 물줄기를 바꾸며 이 땅에 편만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정의를 강처럼 흐르게 할 것이다.

박혜성 (목사·아주사퍼시픽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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