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사다 순국 유해 일부는 로마군

2007-06-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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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의 침략에 죽음으로 맞섰던 이스라엘 민족 최후의 항전지 마사다에서 발견된 유해들은 훗날 유대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으나 이 가운데 일부는 로마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의 한 고고학자가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960년 마사다 요새 유적 1차 발굴에 참여했던 이스라엘의 저명 고고학자 이가엘 야딘은 당시 목욕탕 자리에서 발견됐던 남성 유해 2구와 한 여성의 머리에서 몽땅 잘라낸 머리타래 등으로 볼 때 젤롯 가문의 남성들이 아내와 자식들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가설은 그 후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주장은 유대 민족이 기원후 73년 로마군에 굴복해 노예가 되느니 집단 자살을 택했다는 이스라엘의 민족 전설의 핵심이 됐으며 유해들은 1969년 국장으로 장엄하게 안장됐다.


야딘은 당시 발굴은 마사다에서 벌어진 가장 비극적인 최후의 순간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면서 발굴된 여성의 머리채는 방금 치장한 것처럼 아름답게 땋아진 짙은 머리카락이었으며 유해가 마사다 수호자들의 것이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저서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고고인류학자 조 지아스와 법의학자 아즈리엘 고르스키 등 연구진은 근동고고학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들 유해를 유대인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여성의 머리타래만 있을 뿐 두개골은 발견되지 않은 점, 더 나아가 머리타래가 이 여성의 생전에 날카로운 도구로 잘려나간 점 등으로 미루어 이는 유대 여성의 것이 아니라 유대 전사들에게 포로로 붙잡힌 타민족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대인에게 잡힌 타민족 여성은 삭발을 당했다는 구약성서의 신명기 구절을 인용해 이렇게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머리타래가 서기 66년 젤롯 가문이 로마군으로부터 성채를 빼앗았을 때 로마군단을 따라다니던 여성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함께 발굴된 쓰레기들로 미뤄 당시 유대 전사들은 로마군 2명의 시체를 당시 쓰레기터로 쓰이던 목욕탕에 던져버리고 또한 유대 율법에 따라 포로로 잡힌 이 여성의 머리를 삭발해 로마군 시체와 함께 던져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마사다 1차 발굴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기보다는 이 사막 요새를 영웅주의와 희생의 민족적 신화로 미화하려는 의도로 윤색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때 이곳은 이스라엘 군부대가 마사다는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라는 맹세를 할 정도로 이스라엘인 정체성의 중심지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광신자들과 집단 자살을 미화한다는 비판론이 점차 고조되면서 최근엔 관심이 옅어지고 있다.


마사다의 집단 순국을 극적으로 기술한 1세기 유대계 로마인 사학자 요제푸스 플라비우스의 기록도 점차 의심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마사다<이스라엘>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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