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른 눈 제자에 수행 지도

2007-06-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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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제자에 수행 지도

종매 스님(앞줄 가운데)과 제자들이 염불을 암송하고 있다.

“자신을 내려놔라”“중용 지켜라”

■태고종 해외교구 종무원장 종매 스님
“세계관 크게 달라 이해시키기 어려워”

“이고(ego·자아)가 강한 서양인에게 ‘자신을 내려놓아라’고 가르치는 게 제일 어려워요. 자신을 없애는 게 얼마나 어렵겠어요.”
한국불교 태고종 해외교구 종무원장인 종매 스님(보광사 주지)은 29년간 서양인에게 불교를 전해 왔다. 그렇게 키운 ‘푸른 눈’의 제자 중 7명이 19∼20일 이틀간 보광사에서 모여 여름 수련회를 가졌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여든 제자들이다.
종매 스님은 “사회생활이 어려운 것은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며 “특히 서양인은 이고가 너무 세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라고 하는 불교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불교 교리를 서양인에게 더 쉽게 설명해 줘야 하는데, 영어 장벽 앞에서 다른 스님은 쉽게 물러서고 만다고. 그러니 교리는 설명은 못해 주고 그저 참선만 시킨다고 종매 스님은 아쉬워했다.
종매 스님은 수련회에서도 제자들에게 “현대인의 마음은 송곳처럼 앞이 뾰족하다”며 “마음 끝을 부드럽게 다듬어라”고 당부했다. 마음이 날카로우면 그 끝에 자신과 남이 다칠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말했다. “내가 역정을 내면 다른 사람도 역정이 나죠.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거죠.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괴로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중요한 겁니다. 내가 수행을 잘 하면 그 마음이 퍼져나갑니다.”
서양인이 또 어렵게 느끼는 불교 교리는 ‘양변을 버리고 중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잘 정의하는 것에 익숙한 서양인에게 양극단을 취하지 말고 중용을 지키라는 불법의 가르침에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거다. 종매 스님은 “서양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불교 세계관과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도 종매 스님의 가르침이 일상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제자들은 말한다. 이들은 교사, 교도소 카운슬러, 시 커미셔너 등으로 일하며 삶과 불법의 일치를 꾀하고 있다.
가든그로브 경찰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유태경(53·법명 혜운)씨는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민원인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하다 보면 긴장이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 다스리는 법을 잘 닦으면 범법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매뉴얼 아츠 스쿨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는 잔 맥스웰(법명 혜중)은 “마음의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다 보니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종매 스님은 “불가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물 흐르듯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데, 보통 사람은 그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산란해지고 번뇌에서 헤어나지 못 한다”며 “세상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냥 흘려보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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