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은한 자연의 내음… 기품있는 음미

2007-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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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자연의 내음… 기품있는 음미

차생원 교육관의 김윤희 사범이 여인들의 다도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은은한 자연의 내음… 기품있는 음미

부드럽고 감미로운 한국 녹차는 약용과 음료로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다 도 茶道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차를 끓이고 마시는
모든 예의범절을 통틀어 ‘다도’라 하여
중요한 문화의 하나로 여겼다.
그래서 한국의 다도는 급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무례하지 않다.
또 청결에 소홀하지 않고,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 선조들의 곧은 기개와 반듯한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도 전통 한국 다도의 명맥을 잇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일 한인타운 1가와 베렌도에 문을 연
‘사단법인 한국 차 생활 문화원의 미국지부
차생원 교육관’의 감승희 원장과 서연옥,
김윤희 사범이 그 주인공이다.
사단법인 한국 차 생활 문화원은 1979년 한국
인사동에서 출범한 한국 최고의 차 관련
교육기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차 지도자
양성 및 차 문화의 발전 및 보급을 이끌어오며
관련 연구 논문은 물론 각종 국제행사와
시연회를 담당해 온 권위 있는 차 연구원이자
교육원이다.
LA 한인들에게
차 문화 전파를 통해 한국의 얼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올바른
차 문화 계승을
일구어낼 사단법인
한국 차 생활 문화원의 미국지부 차 생원 교육관을 찾아 한국 다계의 선구자 감승희 원장을 만났다.

■미국속 전통차 맥 잇는 ‘한국 차생활 문화원’


▲차와 예절

“차를 따를 때 물줄기가 꽈배기를 이루며 따라지도록 다관(차 주전자)을 높이 들어 따릅니다. 차를 마실 때 첫째는 색깔로 보고 즐기고, 둘째는 향기를 마시며 셋째는 깊은 맛을 음미 합니다. 차는 3번 또는 3번 반 만에 스며들듯 빨아들이며 마십니다.”
감승희 원장이 설명을 마치자 서연옥· 김윤희 사범이 다도 시범을 보였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차를 따라 마시는 모습은 고고한 학이 사뿐히 춤을 추는 듯 우아하며 아름답다. 찻잔에 떨어지는 물소리도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정갈한 옷 매무새와 고고한 몸가짐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편안함과 부드러움, 삶의 여유와 은근한 멋이 느껴진다.
제대로 된 다도는 한복을 입는 복식에서부터 차를 마시는 자세까지 많은 과정을 포함하는데, 감승희 원장은 맛있는 차를 끓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좋은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 원장은 “예로부터 차는 물의 신, 물은 차의 체라 했다”며 “그만큼 차와 물은 불과분의 관계라는 뜻인데, 좋은 물은 차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인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약수를 구할 수 없다. 아쉬운 대로 정수물을 사용해 정성들여 끓이고 또 잘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성을 들여 차를 적당히 우려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차를 우려서 따르는 데는 여인들이 하는 내방다례와 남성들을 위한 선비다례 등이 있다. 내방다례는 여인들의 기교와 우아함, 여성스러움이 가득하다. 선비다례는 남성다운 곧은 기개와 힘이 담겨있는데, 시기와 허영, 개인주의로 가득 찬 강퍅한 세상에 부드럽고 온화하며 활기찬 기운을 선사할 기운마저 느껴진다.

바쁜 생활속 정신 맑게 해 주는 전통문화

제조법 따라 녹차-우롱차-홍차
한국 녹차, 부드럽고 감미‘최고’
일반인·영어 클래스 곧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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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끓이고 마시는 데 필요한 다기들.

▲한국의 차
동의보감에 따르면 “차는 체한 음식을 삭히고 기력을 내리고 눈과 머리를 맑게 하며 소변을 통하게 하고 소갈을 멈추며 불에 덴 독을 푼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도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민족은 쇠한다”며 차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선조들이 즐겨마시던 한국 전통차는 어떤 차일까.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의 대표적인 차는 녹차다. 녹차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한국 녹차는 파란 잎사귀를 따서 발효하기 전에 쪄서 엽록소의 발효를 막아서 말려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우롱차나 철관음은 반발효차며, 홍차는 완전히 발효시킨 것이다.
감승희 원장은 한국 녹차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이 나며, 다른 어느 나라의 차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녹차는 약용으로, 음료로 널리 사랑 받았는데 민족의 예절과 전통을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국 차 문화야 말로 2세들에게 전파하고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 문화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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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사단법인 한국 차생활 문화원의 미국지부 차생원 교육관 개관행사에서 서연옥 사범이 선비다례시범을 보이고 있다.


▲한국 차생활 문화원의 감승희 원장
감승희 원장은 수십년 전 한 절에서 스님으로부터 차를 대접받았다. 그때 태초 이래 아무도 다니지 않았던 숲속의 냄새, 원시적인 단순한 그 맛, 차를 내는 스님의 평화스런 모습에서 차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 이후 차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30여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차 교육 및 연구기관을 운영해 오면서 감 원장은 알면 알수록 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한다. 차는 시간과 양, 온도, 어느 것 하나도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 때 가장 아름다운 색과 맛, 향기를 지니게 되는데, 우리네 인간사에도 이같은 ‘중용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감 원장은 그렇다고 차가 양반이나 수도승들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도는 모든 서민들에게 정신을 맑게 해 주고 물질적인 속된 일들로부터 초탈할 수 있게 하는 생활의 필수적인 존재다. 감 원장은 다도는 특히 컴퓨터와 대중매체로 인해 가족간의 우애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인 해독작용을 해 준다고 설명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차를 우려 따라내고 마시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듣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는 정서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니 말이다. 감 원장은 생활이 각박해 질수록, 일상이 정신 없을수록 차의 정신을 계승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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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생원 교육관 개관행사에서 감승희 원장(오른쪽)이 서연옥 사범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차생활 문화원 미국지부 차생원 교육관
사단법인 한국 차생활 문화원은 한국 다계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감승희 이사장 겸 원장이 요양차 LA를 방문하게 되면서 미주 한인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미주 한인사회에 한국 전통 차 문화 보급을 원하는 지인들의 성원에 못 이겨 한국 전통 차 교육을 실시하게 됐으며 마침내 지난 2일 미국지부 차생원 교육관의 개관으로 연결된 것이다.
차생원 교육관은 한국 다례 보급을 통해 잊혀져가는 ‘한국의 얼’을 미주 한인들에게 전하고 생동하는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고양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130시간의 전문반 교육을 마친 서연옥, 김윤희 사범이 지난 2일 사범으로 임명 받았다. 두 사범은 사단법인 한국 차생활 문화원이 공인하는 전문 차 지도자로서 앞으로 미주지역에 한국 전통 다도의 교육과 보급을 담당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이었지만 앞으로는 일반교육을 통해 미주 한인들에게 다가간다. 여기에는 이민자들과 2세들에게 한국의 정신문화를 연계시켜 주고 싶다는 감 원장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은 1주일에 한번 씩 3개월 과정으로 열릴 예정이며 조만간 영어로 진행하는 클래스도 개설 할 계획이다.
자세한 문의는 (213)507-3141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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