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6-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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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생명 지킴이

한 20여년 전인가,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 독수리 오형제 시리즈는 아직도 기억납니다.
『하루는 최불암이 아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만화 영화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독수리 오형제’가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에게 “독수리 오형제 왜 안 하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독수리 오형제는 지난 주로 끝났어요”라고 했다. 최불암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담배를 한 대 물고는 흐느끼며 이렇게 탄식했다.
“아! 독수리 오형제가 지구를 떠났으면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나?”』
이후 20년만에 최불암의 걱정을 종식시킬 사건이 6월9일 LA의 올림픽장로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월드비전 ‘지구촌 생명 지킴이’ 자원봉사 네트웍 발대식이 거행된 것입니다.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냉정한 이성으로 무장한 137명의 한인이 20여년 전 지구를 떠난 독수리 오형제를 대신해서 이 땅의 고통받고 있는 이웃을 위해 ‘생명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입니다. 거기에는 17세 여학생도 있고, 60세가 넘으신 어른도 계십니다. 막 집안 일을 마치고 급히 달려 온 주부도 계셨고, 개인 사업체를 훌륭하게 경영하시는 사장님도 계셨습니다. 각계 각층의 분들이 ‘지구촌 생명 지킴이’ 로고가 찍힌 하얀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되어 상기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분들의 모습과 눈빛 속에서 앞으로 펼쳐질 엄청난 사랑의 기적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입을 열어 찬양하는 그들의 소리는 소외되어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들이 땀흘리며 드리는 애 타는 기도는 죽어 가는 영혼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지구촌 생명 지킴이 활동 가이드북에는 “지구촌 생명 지킴이는 열정, 신뢰, 성실, 청지기 정신, 연합, 창조, 다양성의 7가지 핵심가치 아래 ▲첫째, 미주 한인사회에 지구촌 변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월드비전의 대변인이 되어 주변에 알리고 ▲둘째, 소외된 그들의 실질적인 선한 이웃을 만들어 내는 일에 전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고,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이 노동, 전쟁, 매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불의가 횡행합니다. 재난과 에이즈, 여타 질병은 생명을 앗아가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됩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의 핑계 속에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지킴이는 이제 이런 무관심을 경계합니다. 아니 더 나아가 훨씬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할 것입니다.
지구촌 어린 생명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으로, 무관심 속에서 관심의 바다로 인도될 때까지 처음 시작한 이 마음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이미 자신들이 한 명 이상 아이들의 후원자이면서, 이제는 자신이 시간까지 쪼개어 봉사하기로 약속하는 생명 지킴이의 함성을 들으며,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이제 이 지구촌 생명 지킴이는 동부, 중부, 북부의 한인사회로 그 네트웍을 넓힐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지구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여러분의 자녀에게 암울한 지구의 미래를 남기시겠습니까?
지구촌 생명 지킴이의 반열에 동참하십시오. 월드비전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최불암님! 더 이상 지구를 누가 지킬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지구촌 생명 지킴이가 있습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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