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웃음치료사’이미숙 수녀

2007-06-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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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게 좋은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웃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미숙 아가다 수녀(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opagi@naver.com)는 한인 가톨릭 수도자로는 최초로 올해 1월 웃음치료사가 됐다. 웃음보다 더 큰 복음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두 가지 선물이 눈물과 웃음이에요. 눈물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웃음에는 건강이 담겨있죠. 기쁠 때 몸 안팎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행동이 웃음이죠.”

억지로 웃어도 90%효과
건강과 행복이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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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다 다른 만큼 웃는 모습도 다 제 각각이다. 그래도 웃는 얼굴은 다 아름다운 공통점이 있다.<진천규 기자>>


이 수녀는 ‘∼ 때문이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언제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소만 지어도 마음에는 긍정적 변화가 생겨요. 그러면 긍정 파장이 생겨서 상대방도 밝아져요. 웃음만큼 감염과 전염성이 강한 게 없어요. 웃다보면 금새 행복해져요.”
이 수녀는 웃음의 효과를 톡톡히 체험했다고 한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병원에서 원목으로 5년간 일하면서 웃음 치료의 효과를 본 환자가 많았다고. 웃을 때는 암세포를 끌어안고 죽는 자연살상세포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웃음을 주관하는 좌측 대뇌의 전두엽이 엔케이팔린, 엔돌핀 등 좋은 호르몬도 많이 분비한다고.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데요. 억지로 웃어도 진짜로 웃을 때 90%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미국에 웃음병원, 웃음간호사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죠.”
이 수녀는 웃음도 운동이나 훈련과 똑같다고 말한다. 자꾸 웃다보면 웃음이 떠나지 않게 된다고. 이 수녀가 개최하는 웃음훈련 세미나에 온 참석자는 처음에 얼굴이 아무리 딱딱하게 굳어 있어도 1시간반 뒤에는 싱글벙글하며 떠난다고 한다.
“잘 웃으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거울 속 자신을 보면서 진정으로 웃어줄 수 있는 자기애가 있어야 해요. 그러면 자기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도 고마워 할 수 있어요. 자신을 격려하고 긍정하게 되면 자신과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게 되죠.”
일단 웃고 살자고 결심했다면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이 수녀는 가르친다. 웃음 지역을 만들어 그곳에 들어가면 무조건 웃는 식이다. 부엌에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놓고 따라 웃는 거다. 거울을 보면서, 이를 닦으면서도 웃으면 좋다고. 3∼4명이 웃음 동아리를 만들어 마주보며 웃는 것도 훈련 방법이다.
“처음에는 혼자 웃는 게 어색할 수 있죠. 건강해지기 위해 억지로 운동하듯, 웃는 것도 결단이 중요해요.”
이 수녀는 어릴 때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방송사가 주최한 개그 콘테스트에도 출전했었다. 지금은 웃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자신의 모습에 20년 넘게 딸이 수녀가 되기를 기도했다는 어머니도 너무 행복해한다고.
“수녀도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웃어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져요. 그만큼 수도에 웃음이 도움이 되죠. 수도자를 찾아오는 분에게도 좋은 인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좋아요.”
그래서 이 수녀는 잠자리에 들기 전 웃고, 일어나자마자 웃는다. 거울을 보며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일깨워준다. 그러면 몸이 더 빨리 알아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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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수녀는 자기 자신에게 웃어줄 줄 아는 자기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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