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이야기

2007-06-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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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피천득님의 시 오월의 한 구절이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계절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 인용해 보았다.
여인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원색의 시원한 컬러에 시선이 머무는 초여름. 녹색의 싱그러운 정원, 스콜뒤의 맑게 씻긴 열대 밀림, 쏟아지는 폭포수. 이런 장면에 딱 떨어지는 보석이 페리도트다.
하와이를 여행하게 되면 꼭 들르는 코스 중의 하나인 다이아몬드 헤드. 옛날 하와이 원주민들이 이 화산 분화구에서 엄청나게 번쩍이는 광채를 보고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페리도트였다. 그래서 지금도 페리도트란 이름보다 하와이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아주 오래된 보석이지만 1990년대 중반 파키스탄에서 최고 품질의 엄청난 매장량이 발견되면서 다시금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뛰어난 품질의 페리도트는 특별히 ‘카시미르 페리도트’라 부른다.
BC 2세기 이집트 부근의 화산섬에서 처음 발견된 후, 현재는 하와이, 미얀마,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다. 물론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컬러와 투명도를 자랑하는 최상품의 카시미르 페리도트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에서 생산된다. 페리도트 켓츠 아이와 스타 페리도트는 상대적으로 희귀하기 때문에 고가지만 개인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맞춰 ‘right stone’을 선택할 수 있다.
페리도트는 오직 한 컬러만 나오는 드문 보석 중의 하나다. 그린과 약간의 옐로 느낌이 묻어나는 특이한 뉘앙스의 혼합색. 한인에겐 다소 생소한 페리도트는 인공조명 아래서도 컬러가 변하지 않고 ,달빛 아래서는 에메랄드와 같은 녹색의 아름다움이 더 짙게 나타나 ‘이브닝 에메랄드’란 예쁜 애칭을 갖고 있다.
8월의 탄생석이기도 한 페리도트는 환희의 마음, 부부의 행복을 대표하는 보석이다. 신이 우주의 신비를 음미하는 인간에게 최초로 선물한 보석이라고도 한다.
셰익스피어도 ‘오델로’에서 칭송해 마지않던 페리도트. 패션에서도 그린 컬러를 재발견하고 주목하고 있다. 가벼운 여름 의상에 피스타치오, 올리브 그린 컬러의 페리도트 코디는 완벽한 매치가 아닐까.

메이 김 <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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