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경청하지 못하는 전화매너

2007-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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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주택 시장에서 성수기를 말하자면 메모리얼 연휴가 끝난 후 약 2개월간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기존의 바이어들뿐만 아니라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개학하기 전에 새로 이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다른 시기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전에 비해 아직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포텐셜 바이어들이 집값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다시 관망하고 있고, 힘들지만 그래도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최근 들어 융자가 어렵고 까다로워지자 첫 주택 장만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셀러들 역시 자신들의 주택이 팔리지 않자 이사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나온 지 2~3일 안에 팔리고 복수오퍼가 들어오는 주택이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최근 들어 필자의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한인타운에 새워질 고급 콘도를 언론을 통하여 광고를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전화로 어떤 날은 일 자체가 힘들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결국 전체적인 마켓에 상관없이 가격이 좋고 잘 짓는다면 지금의 마켓 상황에서도 새 집이나 콘도분양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아직도 한인들의 전화 예절이 생활수준에 비해 미흡한 게 아닌가 싶다. 광고를 보고 전화는 했지만 부끄러워서 그냥 말 안 하고 끊는 것은 둘째 치고, 처음부터 반말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거나 정보만 입수한 후 고맙다는 말없이 바로 끊어버리는 사람들까지 어떨 때는 앞에 있다면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습관과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좋지 못하고 남을 존경하는 자세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말하는 것도 어설프고 그로 인해 오해와 다툼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리는 것의 약 25퍼센트만을 경청하고 나머지 75퍼센트는 마치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린다고 한다. 경청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부동산을 시작하기 전에 한 선배가 필자에게 해준 말이 지금도 선하다. 모든 세일즈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정직과 성실 그리고 남의 말을 경청하고 또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가슴에 담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든 것에 잘 풀렸다.
우리 주변의 에이전트들만 보아도 성공한 에이전트와 매일 한숨만 쉬는 에이전트들을 구분할 때 그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전화 받는 목소리 또한 이 성공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에이전트의 경우 광고를 보고 바로 찾아오는 고객보다 전화로 먼저 통화를 하고 찾아오는 고객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목소리가 손님에게는 바로 그 에이전트의 첫 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 첫 인상을 좋게 심어주었다면, 다음번에 실제로 고객을 만날 때 상대방에서 친근감을 갖고 나를 대한다는 느낌을 필자는 항상 갖는다.
지금 세일즈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경력은 없지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것은 목소리를 가다듬어라, 그리고 목소리가 좋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라, 듣다 보면 호감이 가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연습한다면 성공하는 첫 단추는 바로 한 것이다. 단, 정직과 성실이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사기꾼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 명심하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우리 한인 모두 가져야 할 전화 매너 한 가지 이 지면을 통해 부탁드린다. 알지 못하는 사람과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나보다 어리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나보다 못하게 느끼더라도 정중하게 전화를 하고, 받는 사람에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히는 습관을 길러 잘못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린다.

에릭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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