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문화재의 부동산 가치

2007-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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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Milan)의 밤거리. 모든 것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시 가지 자체가 박물관이다. 스토어의 외관부터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고색창연한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외모에서 모두가 독특한 패션모델의 정취를 풍겼다. 거리는 한겨울의 모피 경연장이 되어버렸다. 밍크와 여우 목도리는 기본이요 부드럽고 색감이 뛰어나면서 가볍다는 점에서 최고의 의상 원단이라고 일컬어지는 친칠라(Chinchilla)와 담비(Sable)급 수준의 첨단 모피 의류를 걸치고 샤핑에 나선 귀족들을 보라.
섬유 원단과 직물의 전시장이면서 세계의 남성패션을 주도한다는 밀라노. 큰 길을 돌아 세계 두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고딕 건축물인 두오모(Duomo) 성당을 대하는 순간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첨탑의 장관, 더 이상 할 말을 잊는다. 3,000여개의 석조 공예품을 모아 거대한 157미터의 성곽을 겹겹이 둘러 싼 비경. 장장 450년에 걸쳐 완성된 역작이다. 저녁 나절, 비둘기 무리가 모여드는 성당 앞 광장에서 청춘남녀 관광객들이 서로 끌어안고 황홀경에 빠져 있다. 중세 연극무대의 객석에 선 느낌이다.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역사에 나갔다. 여명의 움직임은 부산했다. 문예부흥의 종착역인 피렌체(Florence)를 향한다니 가슴이 설렌다. 맞은 편 중년의 아저씨가 깊게 눌러 쓴 체크 무늬 중절모와 입에 물어 든 파이프에 중후한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다. 기차는 드디어 플로렌스에 안착했다. 그 곳이 바로 패션 명품인 펜디와 뚜루사루디 그리고 페레가모와 아르마니, 또한 구찌의 본향이다. 단테의 신곡이 머물고 있는 문학의 고장이면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이 태동한 곳이 아닌가.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금방이라도 성가대의 웅장한 합창이 흘러나올 듯하다.
이러한 문화적 유산을 부동산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중세 문화의 가치는 관광 자원으로 빛을 발하며 고도(古都)의 부동산 가치 견인에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화재는 그 지역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며 부동산의 거래에 커다란 활력소로 작용한다. 짧은 역사를 지닌 LA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아쉽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문화유산을 잘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이탈리아 부동산 중개 방법은 미국과는 다르게 리스팅을 전적으로 하나의 부동산 업체에만 위탁할 수 있으며 이 업체는 리스팅 건물에 대해서 자연히 매매의 독점적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각 업체가 리스팅으로 받아 보유하고 있는 집과 상가 건물 등이 모두 다르므로 자연히 전국적 체인망을 가진 큰 부동산 회사에 거래가 몰린다고 한다. 수수료는 셀러가 3% 바이어가 2~3%선에서 양측이 함께 지불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기차는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신화에 로마법과 로마숫자로 상징되는 도시. 사통팔달의 큰 폭의 도로가 모두 로마 중심가로 거미줄처럼 통하고 있었다. 콜로세움 광장과 바티칸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았더니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시국(Vatican市國)의 로마 교황청을 지나며 베네치아 광장에 서서 잠시 묵상에 잠기는 동안 지중해성 기후의 따사로운 햇볕이 이방인의 등을 감싼다. 이튿날 인도 델리행 비행기에 오르는 공항 활주로. 아쉬움이 밀려오는 가운데 이륙 후에도 마음은 날개 끝에 매달린 채 작별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 문화 유품의 향기가 몸에서 서서히 빠져 나간다. 하늘로 떠오른 기체. 비행기 아래로 중세기의 찬연한 작품들이 현란한 불꽃을 하늘 위로 연신 쏘아 올리고 있었다. 나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내 필히 다시 오리라.
“I left my heart in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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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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