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불협화음

2007-06-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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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밥 먹었을까?’ ‘엄마 많이 찾겠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잠은 잘 잤나?’ 엄마와 식탁에 앉아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모래알 같은 밥알을 씹으며 온통 승욱이에 관해 서로 답도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가서 그냥 데리고 올까?” 그 말에 엄마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준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 “그래 아무래도 데려 와야겠지?” 그 말에 난 “승욱이는 강하니까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을 거야” 엄마와의 아침 밥상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승욱이다.
셀폰의 벨소리를 최대한 크게 해 놓았는데 전화 오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A아주머니네 집안 일을 도와 드리면서 풀타임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A아주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 있는데 승욱이 학교에서 드디어 전화가 왔다.
“학교 간호사입니다. 승욱이가 아침 등교해서부터 지금까지 (3시간 넘게) 너무 울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숙사도 낯설고 거기다 학교도 새로운 학교에 보냈으니 오늘은 뭔가 참다가 폭발을 한 것 같았다. 마음속에선 불같은 화가 치밀었지만 도움을 얻고자 전화 건 간호사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기숙사에서 무엇을 먹여 보냈는지 지난 밤에 잠은 잘 잤는지 임플란트는 작동을 했는지 등등을 물었다. 간호사는 승욱이가 수화로 뭘 표현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나에게 승욱이의 수화를 설명해 주었다.
승욱이가 화난 원인은 목이 말라서였다. 목이 마르다고 계속해서 물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참다 참다 화가 폭발했던 것이다.
난 간호사에게 일단 급하니 물하고 사과주스를 반씩 섞어 빨대를 꽂아서 주라고 했다. 간호사는 마실 것을 줘도 계속 울면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한두 시간이 지나도 학교에서 전화가 없다.
난 다시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간호사에게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얼마 후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마실 것을 4잔이나 마시고 과자도 먹고 해서 이제 화가 풀려서 잘 논다고 했다. 난 기숙사에서 승욱이에 대한 특이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교에 수화를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냐고 물었다. 계시지만 승욱이 교실 담당 선생님이 아니어서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기숙사로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났고 새 학기가 시작한지 3일이 되었는데 아직도 승욱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난 기숙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기숙사 담당자는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고 학교의 실수라고 계속 답을 할 뿐이다. 교사가 바뀌면서 인수인계하지 않은 것이 어찌 기숙사의 잘못이냐고 도리어 나에게 묻는다.
일단 전화를 끊고 잠시 마음을 추스르며 ‘하나님, 화가 납니다. 속이 상합니다. 교육을 담당한 전문가들이 너무 무책임하게 승욱이를 대하는 모습이 저를 못 참게 합니다. 목마르다고 표현하는 아이를 아무도 몰라주니 승욱이 어쩝니까. 하나님 도와주세요. 책임져 주세요.’
난 학교와 기숙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 불협화음을 빨리 잠재울 수 있게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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