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쁜 꽃, 거친 손

2007-06-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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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는 화려합니다. 하지만 손끝마다 가시에 찔린 상처가 낙인처럼 찍혀 있지요” ‘예쁜 꽃과 거친 손.’ 비대칭형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꽃집 주인들에게만은 아니다. 항상 꽃 속에 사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꽃집 주인이 되려면 속된 말로 “깡패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상 애환을 담은 말이다.
“우선 꽃 구입에서부터 리번에 쓸 글 솜씨까지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건강해야 된다. 끈기가 있어야 한다.” 꽃집 주인들은 스스로를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오전 6~7시면 어김없이 꽃시장에서 만난다. 남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꽃장식은 재료가 중요하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 선택은 주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꽃 장보기’가 끝나면 업소로 달려간다. 오전 9시면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꽃과 씨름한다. 꽃잎이 다칠세라 정성을 다 한다. 줄기와 가지는 과감하게 다듬는다. 때로는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가 몸부림 치며 손을 찌르기도 한다. 철사줄에 긁히는 적도 있다. 근사한 꽃다발이 탄생하려면 꽃집 주인들의 손끝은 거칠대로 거칠어져야 한다. 그러기를 오후 7시까지. 그렇다고 시간에만 일할 수는 없다.
한인사회의 모든 경조사가 이곳으로 통하다 보니 밤에라도 나와 작업을 해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자부심이 없다면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힘들다는 식당보다 더 힘들어요” 꽃사랑 모임의 회원들이 들려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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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고객은 ‘no’

가끔 돈을 떼먹는 고객들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유명 단체장 중에서…
회원들은 소위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돌려본다. 큰소리 치며 주문해 놓고 돈낼 때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웃 가게로 건너가 또 그짓을 반복한다. ‘꽃사랑 모임’ 회원들만이 작성해 놓은 악동들 리스트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단체장들이 서넛은 된다.
타운서 오랫동안 업소를 운영해 온 한 회원은 “롤스로이스를 굴렸을 거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세금 안내겠다” “딜리버리 비용 안 낸다”며 박박 우겨대는 고객들도 꼴불견으로 꼽힌다.
손님과 맞서 싸울 수도 없어 그저 그윽한 웃음으로 응대해야 하는 꽃집 주인들의 마음속에는 가시로 찔린 상처만 가득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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