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

2007-05-31 (목)
크게 작게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을 네 가지로 분류한 사람이 있다.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급하지도 않은 일. 그 일들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잘 판단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잘 결정하며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내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정말로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본다. 필요한 자료 하나 찾으려고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너무도 광대하고 상세하고 또 친절하기까지 한 끝없는 안내정보에 그만 이리저리 헤매며 정신을 못 차리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드라마 주몽이 끝나면서 이제는 그만 TV에 매달리자고 다짐해 놓고는 “어, 고현정이 나오네, 와! 형사역이잖아?” 제목이 뭔지도 모르면서 또 그 ‘바보상자’ 앞에 사랑의 눈길을 보내며 시간을 함께 한다. 내게 주어진 아까운 시간들이 그런 의미 없는 일들로 인해 내 곁을 떠나가는 줄도 모르고.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 한다. 아니,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를 보면 그리 못 하고 살고 있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은 긴 시간을 지나면서 지켜져야 하는 일들이다. 당장 눈 앞에 결과가 나타나는 일들이 아니고 먼 날이 되어서야 울거나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일들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두고 오랜 시간을 꾸준히 지켜가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이유도 그것을 지켜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진정한 삶의 성패는 바로 이런 것을 해내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먹고 운동하며 건강을 지키는 일, 공부하며 실력을 쌓는 일,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 은퇴계획을 세우는 일 등은 참 중요한 일들이지만, 지금 당장 안 한다고 어찌 되는 급박한 일들은 아니어서 자꾸 하루하루 미루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스스로의 망가진 몸을 보게 되고, 남보다 많이 뒤쳐져 있는 초라한 모습을 보게 되고,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이곳에 없고, 은퇴 뒤의 막막함을 느끼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어쩔 수 없는 진실 앞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같은 일 중에, 씨 뿌리는 일처럼 알맞은 비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봄이 되면 씨를 뿌려야 한다. 그런데, 씨를 뿌려야지 뿌려야지 하다가 봄을 놓치고 여름을 맞고, 성급히 씨를 뿌려 보지만 그 씨는 싹도 못 틔우고 말라 없어지고, 결국엔 추수 없는 황량한 가을만이 있게 될 뿐이다.
우리 에이전트들이 하는 일 중에 ‘파밍’(Farming)이라는 말이 있다. ‘씨뿌리기’라는 이 작업은 정말 너무도 중요하고 꼭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현재 나온 매물 속에서만 물건을 찾고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구태여 ‘파밍’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귀찮아서, 게을러서 못 하고 결국엔 나의 리스팅은 하나도 없이 남의 물건만 쫓아다니며 아무런 수확 없이 시간만 보내게 되는 경우도 꽤 된다.
구역을 선정하고 어떤 씨를 뿌릴까를 생각하자. 주택을 전문으로 한다면 자기가 사는 지역이 좋다.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좋고 나쁜 지역이 정해지기도 하고, 학교라던가 지역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기가 사는 익숙한 곳을 텃밭으로 잡으면 좋다. 파트너를 만들어 함께 더 넓은 지역을 공략할 수도 있다. 꾸준히 메일을 보내고 찾아가기도 하면서 싹이 틀 때 까지 성심을 다해야 한다.
상업용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는 지역 선정이 다르다. 샤핑센타나 리테일을 전문으로 하느냐 산업용 부동산을 하느냐, 오피스 빌딩이냐에 따라서 지역을 구별하지 않고 넓은 지역을 상대로 파밍을 하게 된다. 씨 뿌리는 작업의 시작은 요즘 같이 부동산 시장이 저조할 때가 바로 적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장 급한 것 같지 않아서 미루는 중요한 일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서, 분주한 일상과 의도적으로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삶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자연을 찾고 이웃을 사랑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일들 속에서 정말로 소중한 일들을 찾으며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꿈을 꾸어본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