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악가 스님’정율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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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스님’정율

정율 스님은 회원이 6,000명인 팬카페가 있을 정도로 한국 불교에서 음성 포교로 유명하다. <진천규 기자>

“스님이 웬 노래냐”말도 많았죠
“부처님 말씀 노래로 전파 메마른 마음 적셔주고파”

‘TV에서 노래나 부르는 뭔 저런 중이 다 있노.’
고려사 회주인 현오 스님은 한국 불교TV에서 ‘우리들의 찬불가 교실’을 진행하던 정율 스님을 보자 이런 속말을 하며 TV를 껐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정율 스님이 20일 고려사에 와서 찬불가를 부르는 걸 직접 보고는 이렇게 말했단다.
“스님이 노래 부르며 사람 감정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걸 보니, 모든 걸 다 얻었구나 싶더라. 그게 성불이지, 성불이 따로 있나.”
정율 스님은 ‘스님 성악가’다. 스님 중에 유일하게 대학 성악과에서 공부를 했다. 20년 넘는 터울이 나는 대학생들과 함께 1995년부터 원광대 캠퍼스를 다녔다. 절에서 수도하는 것과 똑같이 성악을 익혔다고 한다.
“등록금이 300만원인데 스님이 돈이 어디서 나겠어요. 1등 하면 1만8,000원만 내면 되니깐 악착같이 공부했죠. 그래서 입학할 때만 3등으로 들어갔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수석이었죠.”
온 몸을 다 악기처럼 써야 하는 게 성악이니 만큼 체력 관리도 중요한데, 그것이 스님에게는 수도나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30분 노래하면 한 시간은 먹어야 된다’며 열심히 영양 보충을 했다. 그런데 스님은 4년 내내 오직 김치볶음 도시락이었다. 학생들이 고기 먹을 때, 스님은 찰떡으로 버텼다.
“그냥 노래 부를 때, 무대에 설 때면 힘이 생겨요. 그런 다음에는 축 늘어지지요.”
음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불교에서 스님이 성악을 한다는 게 독특하다. 은사인 도성 스님도 “중이 무슨 음악이냐”며 퉁을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노스님은 “전생에 법화경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맑은 좋은 소리를 타고났다”고 정율 스님에게 말하셨단다. 그런 목소리를 운문사 승가대 학장인 명성 스님이 알아챘는지, 정율 스님을 일주일에 한번씩 영남대 음대 학장에게서 레슨을 받게 했다고.
“수행승이 전문 음악인으로 함께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고생스러운 것도 하나의 수행이니까요. 음악이 제 몫이라 생각해요.”
제 몫이 뭐냐고 물었다. 살아가면서 가슴이 메마른 사람에게 노래라는 비를 내려주는 게 몫이라고 답한다. 각박한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찬송가가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죠. 그처럼 부처님 교리를 노래로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적셔주고 싶어요. 어려운 부처님 교리를 노래로 전하는 것도 수행의 일부가 아닐까요.”
그러기에 스님에게 노래는 단순한 사운드가 아니다. 자신이 일으키는 파장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파장이 일어나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고, 결국 억장이 소멸되는 거다. “머리로 하는 노래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부처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정율 스님은 27일 오전 11시 관음사에서 찬불법회를 갖는다. 26일 오후 7시에는 일반 불자에게 발성법과 호흡법에 대한 강의도 할 예정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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