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25때 고아 1,000명 서울서 탈출 ‘한국판 쉰들러’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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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고아 1,000명 서울서 탈출 ‘한국판 쉰들러’

김혜량 목사가 고 브레이즈델 중령이 쓴 ‘천명의 아버지’를 들고 있다.

6.25때 고아 1,000명 서울서 탈출 ‘한국판 쉰들러’

최근 타계한 브레이즈델 중령.

군목 브레이즈델 중령
죽어서도 한국 고아사랑

“입양아 뿌리찾기 돕고싶다”
저서‘천명의 아버지’판권
고아 치유사역 충현원에 기증

러셀 브레이즈델. 6.25전쟁 당시 1950년 12월20일 중국군이 남하하려고 할 때 C-54 수송기 16대에 전쟁고아 1,000여명을 나눠 싣고 서울을 탈출시킨, 한국판 ‘쉰들러’다. 며칠 후 서울은 폭격을 받아 쑥대밭이 됐다.
1950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5공군 군목(중령)으로 활동하며 전쟁고아를 살린 그의 일생은 1957년 개봉된 록 허드슨 주연의 영화 ‘전송가’(Battle Hymn)의 배경이 됐다. 브레이즈델 중령은 일본에 머물던 1952년까지도 옷, 식료품, 의약품 등을 제주도에 있는 고아들에게 보냈다.
그가 향년 94세로 1일 라스베가스에서 타계했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한국의 전쟁고아를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한 사업에 힘을 보탰다. 자신의 저서 ‘천명의 아버지’(The father of a thousand)의 한국어 판권을 한인 입양아 뿌리 찾기 사업을 벌이는 ‘충현원’에 희사했다.
충현원을 책임지고 있는 김혜량 목사는 “고 브레이즈델 중령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입양아 20만명이 뿌리를 찾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어 달라는 유언을 충현원에 남기셨다”고 말했다.
고인과 충현원은 사적 인연은 전혀 없다고 한다. 김 목사의 시어머니인 고 박순이 여사가 설립한 충현원도 광주광역시에서 1948∼91년 전쟁고아를 돌본 게 고 브레이즈델 중령과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충현원은 전쟁고아를 돌보는 고아원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됐다.
고인은 충현원이 입양아 뿌리 찾기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충현원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1,500평 대지에 전쟁고아 역사 자료 전시관과 체험관을 건설하고 있다. 김 목사가 번역을 하고 있는 자신의 책이 충현원의 사업에 보탬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충현원은 고인의 도움과 함께 조지 F. 드레익 박사가 9년간 수집한 전쟁고아 사진 2,000장을 기증 받았다. 이 사진이 한국전쟁 박물관의 중요 전시물이 된다.
김 목사는 “앞으로는 더 이상 전쟁과 전쟁에 따르는 아픔이 없어야 한다는 고 브레이즈델 중령의 뜻을 잘 받들겠다”며 “전쟁 박물관이 한인 2세에게 어려웠던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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