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무역센터협회 이희돈 부총재의 간증

2007-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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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협회 이희돈 부총재의 간증

이희돈씨는 경험을 통해 ‘하나님은 때론 불편을 이용해서 찾아오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9.11참사 모면… “불편함 통한 하나님 사랑 경험”

“그때 커피 생각이 안났다면…”

2001년 9월11일. 오전 7시발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던 이희돈 세계무역센터협회(WTCA) 부총재를 간절한 커피 생각이 붙잡았다. 너무 줄이 길어 커피 대신 얼음 가득한 딸기주스를 샀다. 목도 마른 데다 기내까지 가져가지 않으려고 몇 모금 더 마시자 배가 아파 왔다.
뉴욕 공항에 내리자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뛰었다. 9시 미팅에 늦을까 걱정됐지만 참을 수 없었다. 18분 이상 지체한 뒤 택시를 탔다.
유엔 본부를 지나 세계무역센터 본부에 가까워질 때 WTCA 수석 부총재에게 전화를 했다.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 터널을 빠져나가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불이야! 나가야 할 것 같아”라는 외침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택시를 세우고 하늘을 보니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연기 같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치솟아 번져나갔다. 고층에서는 잔해가 쏟아져 내렸다. 잠시 뒤 머리 위로 대형 여객기 한 대가 두 번째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것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구나. 여보, 안녕!’이 떠오를 때, 택시는 무너지는 건물 반대편 차선을 넘어 방금 전 나왔던 터널 속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차 위로 파편 떨어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공항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비행기가 덮친 무역센터 건물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게 9.11테러에 희생되지 않고 살아남아 이 부총재는 현재 101개국, 320개 도시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기지와 75만여 기업 회원들을 돕고 있다. 아시안으로는 최초로 WTCA 부총재가 돼 지역개발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님의 섭리는 가끔 우리에게 불편을 통해 다가옵니다. 그날 커피 사려는 사람이 적었다면, 그래서 커피를 마셨더라면, 그래서 배가 아프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겠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생활 속의 작은 불편을 이용해서 당신의 자녀인 저를 돌봐주시는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18∼20일 동양선교교회에서 간증을 한 이 부총재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말씀에 순종했기에 목숨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유학할 때 생활비의 90%를 케냐 선교사에게 보내고 자신은 30달러로 한 달을 버티고, 받지도 않은 교수 월급에서 미리 십일조를 떼어놓았고, 교수를 그만 두고 멕시코 오지에 선교사로 갔다.
이 부총재는 ‘하나님을 빚지우게 하라’는 성경적 재정관을 갖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빼고 자신에게 있는 재정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면 하나님이 몇 배로 갚아준다는 논리다.
집을 팔아 남은 이익 전부를 중국에 농장을 세워 탈북자를 도운 것도,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 세계를 누비며 선교할 수 있는 배를 살 돈을 다 헌금한 것도, 다 그런 믿음에서 나왔다.
“하나님의 응답은 가끔 늦게 올 때가 있어서 그렇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이 축복의 통로가 되길 원하십니다. 세계를 우리 손안에 놓고 기도할 때 세계는 우리의 기도로 인해 변화될 것입니다.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기도를 통해 축복 받았다고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이것을 기대하며 제게 주신 세계무역센터협회 부총재라는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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