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70년대 인기그룹‘드래곤스’세상 노래대신 성가 불러요

2007-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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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인기그룹‘드래곤스’세상 노래대신 성가 불러요

서동헌 전도사는 “미국으로 올 때 음악은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면서 비행기에서 엉엉 울었는데, 이렇게 계속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냐”고 말한다. <진천규 기자>

결성 37년 후 60대 노신사로 다시 만나
서동헌 전도사 작사·김갑춘 작곡 음반 내
“성가 찬양팀으로 재탄생 위해 기도”

1970년 그룹사운드 ‘드래곤스’(사진)가 탄생했다. 해병대 청룡에서 함께 복무한 여섯 명이 모여 결성해 드래곤스라고 이름 지었다.
외국 노래를 번안해 부르는 게 유행이던 시절에 드래곤스는 창작곡을 들고 나왔다. “세련된 노랫말, 낭만적 현악 멜로디에 감미로운 보컬이 더해진 드래곤스의 노래들은 서정성이 짙었다”고 음악평론가 신효동은 평가한다.
이들이 부른 ‘떨어진 잎새’ ‘정다운 사람’ ‘내 마음’은 당시 소녀 팬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당연히 돈도 이들을 따라다녔다. 세속적 관점으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인기였다.
37년이 지난 지금, 드래곤스는 하드 락이 아닌 복음성가를 내놓는다.‘빚진 자’가 복음성가 CD의 제목이다. 세상 노래가 주님 찬양가로 바뀐 거다.
이번 복음성가는 드래곤스에서 건반과 보컬을 맡았던 서동헌 전도사(가든그로브 장로교회)가 쓴 시에 드래곤스의 리더로 작곡을 도맡았던 김갑춘씨가 곡을 붙여 완성됐다. 23세, 25세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이제는 각각 60세, 62세의 노신사가 돼 탄생시킨 음반이다.
두 사람은 거의 30년 가까이 소식이 끊겼다 2년 전 우연히 만났다. 서 전도사가 드래곤스 멤버 중 가장 먼저 1973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 중간에 한번 만남이 있은 뒤 연락이 없었다.
두 사람이 만난 뒤 사우전옥스에서 사는 김철희씨(드럼)와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박명길씨(보컬)도 뭉치게 됐다. 지금은 한 달에 한번씩 정기 모임을 가지며 1967년 해병대 190기 동기로 만났던 옛 정을 나누고 있다.
복음성가를 내게 된 이유는 세상 유혹에서 자신들을 건지신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서 전도사는 “그룹사운드 시절에는 여자와 돈에 빠져 살다보니 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를 등지고 살았다”며 “통풍이 안 되는 바나 클럽에서 계속 연주하다 하와이에서 영주권을 받다가 폐병이 있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한다. “만약 그때 미국으로 오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다면 폐병이 심화돼 일찍 죽지 않았겠냐”며 웃는다.
그래서 서 전도사는 이번 음반에 ‘기회 주신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무엇으로 보답할까요’라는 노랫말을 실었다. 김갑춘씨는 가사에 조용하면서도 감미로운 분위기의 멜로디를 입혔다.
서 전도사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그룹사운드 드래곤스가 이제는 성가 찬양팀 PTL(Praise The Lord)로 재출범하는 것과 어머니 송민도 여사(“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오…”를 불렀다·83세로 가든그로브 거주)와 찬양 무대를 갖는 것이다.
“PTL이 되려면 기독교를 믿지 않는 한 명이 교회를 나와야 합니다. 다른 세 멤버가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악마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던 저희가 주님을 위한 성가를 부르기를 원합니다.”
서 전도사와 김씨는 복음성가 발표를 위해 6월7일 오후 7시 가든그로브 장로교회에서 찬양감사 예배를 드린다. 9779 Starfish Ave., Fountain Valley. 문의 (714)458-7851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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