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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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5월에

일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달을 뽑으라면 5월이 아닐까. 봄의 절정에 다다른 5월의 문턱에서부터 온 세상이 연녹색 물결로 뒤덮인다. 춘삼월부터 피기 시작한 진달래, 개나리로부터 온갖 이름 모를 들꽃까지 여기 저기에 만개한 꽃접시들이 눈길을 빼앗아 간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이름값을 하느라고 살랑살랑 봄바람도 힘을 보탠다.
어디 자연뿐인가? 사랑을 꽃피우고 짝을 만나 정신이 없는 선남선녀들이 여러 증인들 앞에서 하나되는 계절도 바로 5월이다. 목사인 내 남편이 젊은쌍들을 권면하고 길잡이 하느라 총총걸음이 빨라지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아마도 주위에 활짝 핀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에 못 이겨 꿀벌 되어 나비 되어 만개한 꽃술에 파묻히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화창한 봄볕과 총천연색으로 시야를 호사시키는 꽃빛이 부르는 소리에, 여섯 아이들을 앞세워 작은 소풍을 나간다. 아이들이 배불러야 하니 10인용 솥으로 하나 가득 색색깔 고물 넣어 사랑으로 김밥 말아도 거의가 빈 그릇으로 가뿐히 돌아오니 이것도 놀라운 행복! 김치만 있어도 반찬타령 할 새 없는 더불어 먹고 더불어 마시는 행복한 육남매의 엄마로 앉고 서며 쉴 새없이 걷고 뛰어야 해도 마냥 신나고 즐거운 5월의 소풍에 행복을 맛본다.
이 세상에 선물로 주신 많은 귀한 것 중 하나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다. 생명의 분신과도 같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은 자식들. 그 자녀들을 홀로 세우기 위해 흘려야 하는 거룩한 액체들이 땀으로 눈물로 한 방울씩 짜내어 진주 같은 고통과 함께 입구가 작은 호리병에 한알 한알 넣어둔다.
죽을 때까지도 그 사랑을 못 갚을 우리네 자식들. 내가 낳은 자식이 성장하고 내 곁을 떠날 때에야 어렴풋이 그 사랑을 알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가 여섯인 내게도 엄마 아빠라 부르고 싶은 순간에 가슴 절이고 당장 뛰어가 뜨거운 가슴을 대고 얼굴을 비비고 싶은 절박함에 눈물이 흐른다.
내 자식이 커 가는 만큼씩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가슴에 붙은 눈으로 보고 만진다. 마흔이 넘도록 가장 큰 힘을 보태주셨던 부모님의 사랑. 다함이 없고 막을 수 없고 그치지 않는 샘물 되는 깊고 깊은 사랑! 처음엔 두 분이었는데 이젠 제곱으로 네 분되어 부어 주시는 그 놀라운 사랑! 그 사랑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듯 목이 메이는 사랑에 눈시울이 젖는다. 주고 또 주어도 더 주고 싶어하시는 대책 없는 사랑. 다 내어주신 쇠약한 모습에 가슴이 무너진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존귀한 사랑으로 제곱되신 나의 시부모님의 귀한 사랑으로 인해 오늘도 이 땅에서 숨을 내쉬고,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게 하신다. 새벽을 열고 부르짖는 그 놀라운 힘으로 오늘까지 평안을 누리게 하셨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사명들을 기쁨으로 받는 행복한 딸이 되게 하셨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나의 영웅이신 부모님들. 당신들의 사랑으로 오늘도 천국을 경험합니다.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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