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화의 기술 다룬 책 ‘보석을 캐는 리더’펴낸 백은실씨

2007-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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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묻고 잘 들어야 좋은 리더”

단계적 대화로 마음 문 열 때까지 기다려야
설교식보다 질문 던져 깨닫게 하는게 효과적
영어 못해도 눈 마주보며 정성껏 들으면 통해

“읽고 쓰기에만 너무 집중해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한인은 듣고 말하기에는 약합니다.”
신간 ‘보석을 캐는 리더’를 낸 백은실 커피브레이크 한인사역 대표의 한인 대화 진단서다.
백씨는 ‘좋은 리더는 질문과 경청으로 진흙 속 보석을 캔다’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잘 묻고,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질문 하나면 답이 저절로 나오고, 마음을 다해 들어주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한다.
백씨는 “한국 문화는 질문 문화가 아니라 명령 문화죠. 그러니 인격적 대화가 어렵죠”라고 말한다. 행사장에서 ‘밥 줘!’라고 말했을 때와 ‘밥 주나요?’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받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명령형은 말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반면, 질문형은 듣는 사람이 상황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명령형은 내가 궁금한 것을 묻는 거죠. 그러나 인격적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꺼낼 수 있게 마음을 열도록 하죠.”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자가 될 수 있을까. 백씨는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물어보라고 말한다. 도입질문, 관찰질문, 해석질문, 적용질문 순서를 밟는 것이다. 마음만 급해 단번에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10대에게 물어보면 부모가 설교하듯이 말하는 게 싫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답을 입에 넣어주듯이 말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자녀 스스로 관찰해서 깨닫게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스스로 발견하면 믿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인은 주입식 교육을 받은 탓에 질문형 대화에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건강한 대화 기술을 못 배웠다. ‘술이나 한잔하며 얘기하자’는 말을 한인이 많이 하는 이유는 대화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못 배웠기 때문이다.
백씨는 “선악과를 먹은 아담을 하나님께서는 야단치기 보다 ‘아담에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며 찾아오셨다”며 “예수님도 제자들을 가르칠 때 질문을 던져 스스로 믿음을 고백하게 하고, 죄를 깨닫도록 하셨다”고 말한다.
잘 묻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듣는 것이다. 경청에서 가장 좋은 것은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상대방 눈을 쳐다보면서 ‘내가 네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젊은이와 상담해 보면 아무도 자기를 들어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부모님과 목회자들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가슴에 쌓인 게 많아요. 말만 잘 들어주어도 상처가 치유되는 경우가 많아요.”
들을 때 대화 주제를 함부로 바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갑자기 대화 주제를 바꾸면 말하는 사람은 드러내놓고 화는 못 내도 감정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백씨는 “대화는 친밀감의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가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자녀와 대화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마음을 다해 들으면서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씨는 “한인은 성격이 급해서 의사소통 단계를 쉽게 뛰어넘어 버린다”며 “관계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듯, 대화에서도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의 coffeebreakgrace @hotmail.com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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