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와 대화단절 왜 생기나

2007-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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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대화단절 왜 생기나

부모와 자녀가 서로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오렌지카운티한인교회의 남성수 목사(왼쪽부터), 원영택씨, 오은경씨, 김홍식씨.

오렌지카운티한인교회‘1세-2세 이해하기’세미나
문화 차이 극복법 모색

불교신자 앤젤라 오 변호사 등 참여 “커뮤니티 행사로”.

오렌지카운티한인교회(담임목사 신용규)에서 운영하는 한국학교인 ‘빛꿈아’(빛을 꿈꾸는 아이들)에서 올해 초 있었던 일이다.
한 고등학생이 한국 문화 수업 도중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고 한다. 이걸 본 어른이 깨우면서 “배울 때 자면 되겠냐”고 한 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I don’t need this”라고 맞받아 쳤고, 그 어른은 충격을 받고 말을 잇지 못했다고.
이 교회가 5일 오후 7시 개최하는 ‘Bridging the Gap-1세와 2세 서로 이해합시다’는 세미나는 이 일을 계기로 기획됐다. 한국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와 꼭 한국을 알아야만 하나 싶은 자녀가 서로를 더 알자고 마련된 자리다.
이 세미나에는 앤젤라 오 변호사, 폴 김 전 LAPD 커맨더, 송정호 KYCC(한인 청소년 커뮤니티 센터) 관장, 김진영 목사가 강사로 나온다. 강사들은 1세와 2세가 문화와 언어 장벽을 넘어서 어떻게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제시할 예정이다.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원영택씨는 “1세는 미국 문화를 좀 더 배우고, 2세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며 “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강사들이 문화 차이를 다각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홍식씨는 “교회에서 하는 행사이지만 종교 차원에 행사를 가두지 않고, 커뮤니티가 모두 참여해 문화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자 한다”며 “앤젤라 오 변호사는 불교 신자로 법정에서 겪은 1-2세 갈등을 잘 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경 한국학교 교장은 “부모는 ‘한국인이 한국말과 문화를 당연히 배워야지’라고 자녀에게 윽박지르는 식으로 말하는 대신 왜 뿌리를 알아야 하나를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가족 안에서도 대화가 적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1세와 2세의 의견이 달라지는 부분은 성공에 대한 관점이라고. 부모가 강조하는 한국식 성공을 미국서 자란 한인 자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명문대 진학을 지상 명제로 여기는 부모와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자녀는 하늘과 땅만큼 생각에 차이가 난다.
김홍식씨는 “부모가 공부, 명문대만을 외치니 자녀는 마음을 닫고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게 된다”며 “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관심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오 교장은 “먹고 살기 바쁜 부모는 영어 배우는 걸 등한시하게 되니, 자녀와 대화는 갈수록 끊긴다”며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가 단절되니 1세가 가지고 있는 좋은 유산이 2세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새 담임목사로 선임된 남성수 목사는 “이제는 교회가 2세 교육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때”라며 “이번 ‘Bridging the Gap’ 세미나가 향후 ‘Bridging the Faith’로 이어질 수 있게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한인은 내 자식 교육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와 관계없는 가정의 자녀를 위해서도 투자하는 교회, 3세와 4세를 염려하는 교회로 이끌고 싶다”고 말한다.
장소 14381 Magnolia St., Westminster. 문의 (714)893-1652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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