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처럼 꽃처럼 “날아라 허동구”

2007-05-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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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꽃처럼 “날아라 허동구”

사랑의 마당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감사한인교회의 정재완씨(왼쪽부터), 이재식 전도사, 박미숙 목사, 전창범씨.

감사한인교회 5일 ‘제14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축제’

자폐아·정신지체자들 맘껏 뛰놀고 찬양
부모들 교제… 사회기관 상담·정보 제공

한국 영화 ‘날아라 허동구’는 발달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 이야기다. 이 아버지는 IQ 60인 아들이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꿈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아들을 전학 보내라는 말을 할까봐 걱정이다. 아들이 3년만에 학교 가는 길을 익혔는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다.
5일 오전 11시 감사한인교회(담임목사 김영길)에서는 현실 속 허동구와 그 아버지가 모인다. 제14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마당축제가 만남의 장소다.
2000년 첫 축제를 시작으로 봄, 가을에 매년 두 차례 열리는 발달장애인 축제는 21개 교회와 14개 선교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올해는 장애인과 가족을 합해 1,200명이 모일 것으로 축제 조직위원회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 축제 주제는 ‘꽃처럼 새처럼’이다. 이재식 감사한인교회 장애사역부 전도사는 “자기 스스로는 자유롭게 다니기 힘든 발달장애인이 그날만이라도 새처럼 자유롭게, 꽃처럼 향기를 발하도록 누리라는 뜻에서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는 자폐아, 다운증후군, 정신지체, 정서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박미숙 목사는 “우리가 흔히 산만하고 부산한 아이는 장애로 보지 않는데 심각한 주의력 결핍은 장애에 속한다”며 “이런 자녀는 부모가 장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므로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 축제에 나와서 함께 정보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날만큼은 발달장애인에게 해방구다. 교회와 선교단체는 장애인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만 차려낸다. 홍보담당 정재완씨는 “장애인은 바깥 식당에서 자유롭게 먹기가 힘들고, 뭘 먹고 싶어도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한다”며 “두부나 갈비도 충분히 준비했기에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도 느리지만 똑같이 찬양할 수 있다고. 다운증후군 아들을 두고 있는 전창범씨는 “발달장애인은 발표는 못 하지만 일반인과 똑같이 느낀다”며 “영어 찬양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기는 해도 발달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발달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7.5%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적지 않은 장애인 가정도 복음 안에서 새 생명을 얻고 기쁨을 누리는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축제가 단순한 운동회는 아니다. 여러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가정을 도울 수 있는 각종 사회 기관이 축제 장소에 부스를 차리고 정보를 제공한다.
축제는 부모에게도 도움이 된다. 전창범씨는 “대화가 가능한 비율이 20%일 정도로 발달장애인은 표현에 약하다”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엄마, 아빠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모가 축제를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축제에 자녀를 데리고 와 장애 가진 사실을 커밍아웃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며 “장애를 조기 발견하면 더 빨리 치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축제 장소 6959 Knott Ave., Buena Park. 문의 (714)228-9540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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