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녀 차이 어디서 출발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2007-04-30 (월)
크게 작게
엄마·아빠 흉내내며 성역할 배운다

“세상이 바라는 것은 생각하는 두뇌-지성과 결의를 지닌 두뇌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한참동안 여성의 두뇌를 한가하게 방치해 두는 교육을 해왔다.” 작가 펄벅의 지적이다. 가정에서 남성과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대신 음식, 의복, 주거 등의 문제를 여성 스스로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져 여성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직장, 샤핑몰, 술집 등을 드나들지만 역시 그들의 영혼은 가정 속에 남아 있고 주위에 널려 있는 빈곤이나 불합리를 보면서도 결코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을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남성에 비해 약하다. 남성이 생각하는 만큼 여성도 생각하려면,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려면,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정교육부터. 남녀 차이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페어런트지 5월호를 통해 알아본다.

서로 다르게 태어나지만
부모·교육에 의해 더 영향
성역할 미리 구분짓지 말고
관심사 찾아가게 내버려둬야


무엇이 사내아이는 사내아이답게 또 여자 아이는 여자아이답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은 언제쯤 자신은 여자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고 남자 아이는 자신이 사내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호기심어린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부모들은 생후 2~3세부터 아이들의 행동이 남녀로 구분될 정도로 다르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인형 옷 갈아입히느라고 날 새는 줄 모르고 사내아이들은 자동차에 열중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아는 자신의 성이 영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맘 때의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머리를 자르면, 그리고 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으면 사내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일러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행동규범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이 유전인자에 기록되어 있으며 무엇은 후천적 교육에 의해 길들여지는 가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다르게 만들어졌다
2003년 UCLA 연구진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쥐의 두뇌를 조사 연구한 자료를 발표했다. 수컷과 암컷 생쥐의 유전자 타입과 숫자가 이미 달랐다는 것이다. 이는 호르몬이 아직 작용을 하기 전에 조사한 것이라 놀랍기도 했다. 여태까지는 호르몬이 두뇌작용을 다르게 해서 남자와 여자가 구별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 연구 후 남자와 여자는 이미 시초부터 다르게 형성된다는 설이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물학적인 측면이 오늘날의 남자와 여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나지만 그 후 후천적으로 역할이 덧입혀지고 교육되는 방향으로 그 다름은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방법과 역할 덧입히기가 달라지면 지금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1999년 미네소타 대학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남자 아기들이 여자 아기들보다 육체적으로 보다 활발하지만(두뇌발달 과정에 따라) 그러나 자라면서는 부모와 사회적인 영향이 남녀차별을 더 간격이 벌어지게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두뇌기능은 다르다
사내아이의 두뇌가 여자아이의 것보다 약간 더 크지만 좌뇌와 우뇌의 연결은 여자아이가 더 밀접하게 되어 있다. 남녀 어린이 각자 자신의 뇌를 배움에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여자 아이들이 언어, 감각, 인지력이 남자 아이들보다 더 빠르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는 결국 남자아이들이 어느 순간 여자 아이들의 이 모든 능력을 따라잡으며 공간 지각력은 여자아이들보다 더 앞서게 된다.

■모르는 사이에 아기 때부터 남녀를 다르게 대한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남녀를 구분해서 여자 아기 방은 핑크무드로 채색하고 남자 아기 방은 블루로 치장한다. 여자 아기를 다룰 때는 좀 더 살살 다루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애무해 준다. 사내아이에게는 아기이거나 어린데도 ‘빅 보이’ ‘터프 가이’라고 부르기를 즐기며 대범하게 대해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와 사회의 이런 성향이 남녀의 역할구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단 지나침은 없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자 아이가 멍키바에 올라가는 것을 저지한다던지 혹은 남자 아이가 완구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마땅치 않아 여기는 것 등이다. 자연스럽게 성에 구분되지 말고 스스로의 다양한 관심사를 쫓아가게 놓아두라는 것이다.

■유아들은 성의 역할을 모방으로 배운다
처음에는 아빠의 면도하는 모습과 엄마의 립스틱 바르는 모습 모두를 모방한다. 남녀역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을 모방하는 것이다. 남자 아이가 엄마의 목걸이를 걸치기도 하고 하이힐을 신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두고 보면 여자 아이는 소꿉놀이에 재미를 붙이고 남자 아이는 잔디 깎는 장난감으로 잔디밭을 분주히 오간다. 엄마 아빠를 따로 자신의 성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장난감 선택은 자유스럽게
와이오밍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에 맞는 장난감을 선택한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남자아이는 운동성 있는 자동차, 배, 비행기, 연 같은 장난감을, 그리고 여자아이는 인형이나 소꿉놀이 등 전통적인 장난감을 고른다는 것이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으면 성역할 고정관념 깰 수 있다

현사회가 제시하고 있는 남녀역할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1. 강요하지 않는다
남자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나무라는 것은 인형을 가지고 놀라고 강요하는 것만큼 나쁜 것이다. 현대사회는 직업에서 남녀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디자인과 식품업계에 남성의 진출이 두드러지는가 하면 남성의 성역이던 건설현장, 법정 등에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2. 부모 스스로 지평을 넓힌다
엄마가 그림을 걸기 위해 망치를 들고 사다리 위에 올라 갈 수도 있고 아빠가 저녁준비를 하며 동생 목욕을 시킬 수도 있다. 집안 일에서도 남녀의 성역이 붕괴되고 있는 만큼 아빠 엄마가 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3. 시청각 교육을 이용한다
TV에 여성 우주인이 나오거나 남성 간호사가 나오면 이를 지적하면서 각자 흥미 있고 재능 있고 봉사할 수 있으며 헌신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직업별로 남녀를 구분해서 재단하지 않도록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