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도나에서 온 편지

2007-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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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서기 퍼레이드

인구 1만을 남짓 하는 이곳 세도나에서도 여지없이 연간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성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를 꼽는다.
관광객들이 가장 붐비는 업타운 세도나의 약 500미터 되는 길에는 아침 일찍부터 세도나 동네사람들이 일찌감치 각자 의자를 들고와 길 거리를 따라 자리를 찾아 앉고, 녹색 티셔츠를 입은 퍼레이드 자원봉사자 들도 분주히 움직인다.
올해는 오전 10시께 부터 시작된 퍼레이드에는 세도나를 비롯한 인근 시 관공서 담당자들을 선두로 Sedona Car Club 의 60~70년대 차들이 선보이는가 하면 심지어 Kennel Club의 강아지들 마저도 녹색리번을 하고 분주하게 폼을 내고 걷는다.
세도나에 처음 자리잡은 아이리시 주민이 마차를 타고 나타나는가 하면 저기 멀리 아주 눈에 띄는 희한한 광경에 모두들 깜짝 놀라고 잠시 후엔 환호성이 터진다. 바로 퍼레이드의 하일라이트 세도나 한인회가 그들이다.
이번 성 패트릭스 퍼레이드에서 당당하게 Unique Award를 수상한 세도나 한인회에서는 물구나무를 선 채로 퍼레이드에 참석에 4,000여명이 넘는 세도나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약 20여명이나 되는 세도나 한국인들이 지구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며 선보인 물구나무 퍼레이드는 지구사랑 인간사랑을 세도나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고, 지난 10여년간 한인들의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도나 만들기의 결실이기도 하다.
이 퍼레이드를 위해 세도나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거의 1년여에 걸쳐 연습을 했다.
매 주 3회씩 세도나 한인회관에 모인 우리들은 처음에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했다.
남녀노소 없이 ‘지구를 들어보이는’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위해 함께 웃고 독려하는 가운데 1년만에 20여명의 한인들이 성 패트릭스 데이 때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해낸 것이다.
세도나 시민들의 놀라운 환호성은 둘째 치고라도,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얻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모두들 만족해했다.
사실 물구나무서기는 근육의 힘을 키워줄 뿐 아니라 위장에도 좋고, 혈액순환에 만점이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 티없이 맑은 꼬마들이 뒤를 이어 뛰어 와서는 물구나무 서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부추긴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 세도나가 지구인들의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질 그 날을 위하여……

에이미 고 <여행사 대표·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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