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랜스 ‘3355 ‘

2007-04-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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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별빛 아래서 ‘시원하게 한 잔’

공원처럼 넓은 패티오 곳곳 개스등이 낭만 더해
보쌈·족발·순대볶음… 맛있고 저렴한 메뉴
살사-토티야도 인기 안주인이 주방일 신뢰감

‘밤 9시가 넘으면 사우스베이에서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다?’ 천만의 말씀. 토랜스에 위치한 ‘3355’(1955 Torrance Blvd.)로 가면 된다.
‘삼삼오오’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친구들끼리 또는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들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통닭과 족발 안주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는 카페 식당지만 요즘은 늦은 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단위로 찾는 손님들이 많아 식사 메뉴도 풍성하게 준비해 놓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탈바꿈 한다.
음식 소개에 앞서 이곳의 외향적 특징이 눈길을 끈다. 야외용 패티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패티오도 그냥 패티오가 아니다. 대부분 식당들이 업소 옆을 늘려낸 간이건물로 만들지만 이곳은 설계부터가 패티오 중심의 식당으로 되어 있다. 마치 공원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연상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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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의 자랑거리중 하나인 보쌈. 육즙이 그대로 배어나는 돼지고기가 입맛을 돋워준다>

넓은 공간에 가지런히 테이블들이 늘어서 있다. 곳곳에 개스등이 설치돼 해변에 가까운 토랜스의 찬 밤공기를 훈훈하게 덥혀 준다.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야외 행사 기분을 내고 싶어 하는 골프모임이나 각종 소모임들의 단골 장소로도 인기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맑은 밤하늘에 촘촘히 쏟아지는 별빛을 벗 삼아 맥주 한잔 기울이는 맛이 일품 중의 일품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이면 으레 동네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테이블을 차지하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네 사랑방이기도 하다.
업주 스티브 고씨는 “토랜스, 가디나 등 사우스베이 지역에 늦은 밤 문을 여는 곳이 거의 없다”며 “마치 해변가 식당 패티오 같은 분위기가 나서 그런지 밤늦게 가족단위로 나와 맥주 한잔 곁들이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고객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이곳의 특징이 또 하나 있다. 음식을 고씨의 부인 디 고씨가 직접 주방에서 만들어 내온다. 그러니 정성이 듬뿍 담길 수밖에. 음식 하나하나 고씨의 손길이 담기지 않는 것이 없다. 손님들이 많다고 대충 만들어 나오는 적이 없다. 고객 하나하나 입맛 맞춘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내온다고 한다. 가족처럼 정성껏 요리하는 것이 고씨 부부의 업소 운영 철학이다.
고씨 부부가 식당의 문을 연지는 불과 2년 전이지만 10년 전 식당 운영 경험으로 쌓아올린 노하우가 단단해 음식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업소 내부는 어두침침하지 않고 밝아 좋다. 대형 유리창으로 한적한 도시의 외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대형 TV 3대가 비치돼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이어진다. 맥주 한잔 즐기며 스포츠를 즐기는 매니아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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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안주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통닭. 뻑뻑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음식 자랑거리
스티브 고씨에게 가장 맛있고 권할 만한 음식을 골라 달라고 했다. 고씨는 주저 없이 보쌈, 족발, 순대볶음을 꼽았다. 식사류는 김치, 된장찌개부터 감자탕, 닭도리탕, 적게는 라면 김치 볶음밥 까지 다양했다.
보쌈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돼지고기다. 수북하게 쟁반을 채워 나오는 돼지고기는 금방 익혀 나온 듯 부드러운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다. 육즙이 마르면 뻑뻑해서 먹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삶은 돼지고기의 생명은 적당한 육즙과 부드러운 고기다.
보쌈 안주가 구미를 당겨준다. 배춧잎에 소를 올리고 고기를 한 점 올려 입안 가득히 넣으면 육질에 야채가 어우러져 신선감이 더해진다.
양념 잘된 족발역시 부드럽고 질기지 않아 좋다. 바싹 마른 족발은 먹기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소주 안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라면 떡볶이도 추천 음식중의 하나다. 오뎅 넣은 떡볶이에 라면 사리 한 접시가 매콤 달콤 감칠맛을 낸다. 식사 겸 스낵 겸 입맛을 돋워주는 데는 이만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맥주 안주에 좋은 통닭이 식욕을 더해준다. 우선 크지 않아 좋다. 바삭바삭 기름기가 쪽 빠진 껍질과 육즙이 살아있는 육질이 군침을 돌게 한다.
음식가격도 알맞다. 안주류는 12달러 내외이고 식사류는 10달러 미만이다.

▲살사와 토티야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살사와 토티야다. 물론 메인 디시는 아니다. 식사를 주문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돋워주기 위해 내놓는 서비스 음식이다.
살사의 기본은 신선도에 있다. 이곳 살사는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나온다. 매일 매일 양파를 썰고 토마토를 잘라 각종 재료를 섞어 만드니 항상 신선도를 유지 할 수 있다.
스티브 고씨는 “고객들에게 기본으로 제공하는 살사와 토티야지만 미리 준비해 놓고나 오래된 것은 절대 서빙하지 않는다”며 “식당 노하우를 살려 신선한 살사 제공을 위해 그때 그때 만들어내 온다”고 소개했다.
신선한 맛이 좋고 소스와 도마토, 양파의 조화가 잘돼 한번 손을 대면 계속 먹는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놓아 한번 맛을 본 외국인 고객들이 아예 얻어갈 정도다.

▲영업시간 및 주소
주 7일 오픈, 오후 5~오전 2시. 1955 Torrance Blvd., Torrance. (310)781-3034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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