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인과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2007-04-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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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말·행동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줘라

“엄마는 구두와 핸드백이 많으면서 나는 왜 컴퓨터 게임을 더 사면 안 되지요? 엄마, 내 생모 맞아요?” 언제 엄마라고 불러줄까, 언제나 말을 할까, 애타게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못하는 말이 없다. 이 녀석 그냥 두나, 아니면 한방 먹여야 하나, 매일 속이 끓는다. 그래, 다투면서 공존하자. 사람은 저마다의 풍경을 가지고 산다는데 너의 요즘 풍경은 ‘무례함’이다. 이런 식으로 슬쩍 넘어가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무례함은 즉각 시정해주라고 조언하고 있다. 존경과 공경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존경심’(respect)가득한 공손한 아이로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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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받는 부모가 되려면 집안 규율을 정해 놓고 그대로 지키도록 한다. 무례한 행동은 즉각 시정해주고 테이블 매너를 비롯한 사회생활을 위한 예의를 가르쳐야 한다>


TV시청 제한·장난감 정리 등‘가정 규칙’어기면 벌칙주고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집안 일 참여시켜 자존감 느끼게해야

■부모에 대한 존경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 아이가 선생을, 목사를, 친구의 부모를 공경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존경과 공경을 받으려면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야 대접받는다. 그런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규칙을 정한다
불꽃 튀도록 부딪히기 전에 사전에 협약을 하는 것이다. 놀고 난 다음 장난감은 반드시 치운다던지, TV 시청은 하루 한 시간을 넘지 않아야 된다는 가정 내의 규칙(house rule)이 여기에 속한다.
◆규칙을 어기면 벌칙에 순응해야 한다
규칙을 정할 때 결과까지도 협의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로 합의한 것으로 지키지 않으면 설명이나 말보다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오늘 TV 시청시간이 한 시간을 넘겼으므로 내일은 TV를 시청할 수 없다는 것 등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때 ‘따스한 흥정”은 때로 묘미가 될 수 있다.
◆무례함은 즉각 시정한다
“엄마는 내 보스가 아니예요.”“아빠가 내 인생을 컨트롤 할 수 없어요.”“나를 만들려고 들지 마세요.”요즘 아이들이 유행어처럼 부모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대꾸들이다. 이런 식으로 나올 때는“그런 식으로 부모에게 무례하게 대꾸하는 것 용납 안 된다. 다시 공손한 어조로 말해 보겠니?”라고 즉각 시정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목소리 톤과 억양이다. 느긋하고 따뜻하며 여유 있는 톤이 좋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례하게 나올 때는 이미 전조가 있고 이유가 있다. 좌절을 표현하는 용어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다. “저 지금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이라는 식으로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열은 받고 있는데 김이 빠지지 않으면 엉뚱한 데서 터질 수도 있으니까.
◆둘레를 쳐 놓는다
어른한테 해야 하는 매너는 친구와는 또 다른 것이며 집안에서 해도 되는 일이 있지만 바깥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매스터 베드룸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노크를 해야 하고 들어와도 좋다는 언지가 있을 때까지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어른에 대한 예의이다. 그리고 부모의 물건에도 손대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음도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존경
요즘은 자존감이 지나쳐서 오히려 ‘중증 공주병, 왕자 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아 존중은 아니다.
◆과잉 칭찬을 삼간다
스스로 신발 끈을 묶었거나 친구와 장난감을 나누어 가지며 놀았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좋지만 잘생겼다거나 예쁘다면서 끊임없이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 그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영리해서 이것이 외교적인 가짜 칭찬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랑스러움의 칭찬인지는 금방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참여 시킨다
존재감 키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집안의 잡일, 프리스쿨, 스포츠 팀, 이웃에서 아이의 할 일을 찾아 자꾸 함께 끼워주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 속에서 부대끼면서 스스로를 찾는 법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아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
말씨, 행동, 눈빛, 목소리에서 아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우러나오고 배어 있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이 변덕스럽거나 기복이 심하면 아이는 안정감을 잃고 눈치만 보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는 것. 의연한 아이로 기르려면 ‘세상 끝 날까지 부모는 내 편”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
“대접 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3세쯤 되면 이 뜻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아동발달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부모가 본을 보인다
학교 관리인, 마켓의 캐시어에게도 항상 감사를 표현하고 도울 일이 없겠느냐고 물어본다.
배우자, 교사, 베이비시터에게도 부모가 먼저 공손하게 대하고 사람을 교육이나 인종, 배경에 의해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 “누구나 더 없이 소중한 인생을 꼭 한번만 산단다.”라고 말해준다.
◆실수를 통해 가르친다
알고 있어도 삶은 실수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는 넘어지면서 배운다. 물건을 가지고 형제가 서로 싸울 때, 친구끼리 엉켜 붙어 으르렁댈 때, 이를 교훈의 기회로 삼아보라고 페어런츠지는 게재하고 있다. “자, 다 싸웠지. 싸울 때가 있으면 화해할 때도 있어야 하는 거야. 서로 악수하고 안아주고 그리고 쿠키 먹자!” 그러면서 앉혀놓고 자신이 얄밉게 굴었을 때 상대방의 감정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매너를 가르친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실례 합니다.” 등의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도록 가르치고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가 몸에 배게 한다. 멀리 있는 물건은 건네 달라고 해야 하는 등의 식탁 매너도 일러준다.

■물건에 대한 존중
필요한 것마다 즉각 안겨주고 새것이 나오면 바꿔주는 식으로 물품공세를 하다보면 아이는 물건에 관한 갈망이 없어진다. 전략적으로라도 잃어버리면 한참 뜸을 들인 다음 사주고 한 개인의 특별한 물건은 손대지 않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동생의 보라색 곰 인형, 형의 에펠탑 등 타인의 특별한 물건은 내 것이 귀한 것처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됨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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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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