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4-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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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문화교회

한인교회는 2∼3세에게 교회 리더십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하는 크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1세의 신앙 열정과 헌신으로 일구고 성장시킨 사역의 열매를 효과적으로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때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입각한 개인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필자는 한인교회에서 1세와 2세를 연결하는 소명을 받아 목사가 되었다고 믿는다. 12세에 이민을 와 30여년 동안 남가주에서 살면서 한인교회 발전의 발자취를 따라왔다. 김치만 놓고 점심을 나누어 먹던 70년대, 통기타에 맞춰 노방전도에 힘썼던 80년대, 유명한 목사님이나 찬양가수가 오면 먼길을 마다 않고 찾던 90년대…. 뭉클한 정이 베인 30년 신앙생활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의 고향과도 같았던 한인교회가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교회는 커지고, 예배는 세련돼 졌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다른 1.5세와 2세도 비슷한 공허함을 느끼며 교회를 떠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근래 들어 한인교회는 열린예배, 이중언어 사역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다. 한국학교 등 뿌리교육, 영어목회 독립, 한국서 수입한 신앙 프로그램도 1.5세나 2세에게는 연예인에 비해 인기를 얻지 못했다. 연예계의 한류는 성공했지만, 신앙의 한류는 효과가 별로 없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에 그 대안은 ‘이중 문화권 사역’이다. 한인 2세, 3세, 4세를 한인교회에 연결시키는 방법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적절히 배합한 ‘한미-이중문화권 교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어 이야기가 아니다. 영어를 쓰면서 한국적인 예배를 드릴 수 있고, 한국어를 쓰면서 미국적인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언어는 사역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배합해 사용하면서, 전체 방향을 이중문화적 신앙으로 이끌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교회의 찬양곡과 미국교회의 워십송이 자연스럽게 배합된 찬양시간, 한국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수퍼보울 중계도 하는 교회, 건축헌금보다는 적십자에 보낼 성금을 권장하는 교회, 타인종 주민을 위한 추수감사절 연회를 열면서 설교나 기도를 순서에 넣지 않고, 설날이 되면 한복을 차려입고 교회 어른에게 세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다. 교회에 모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가족간 ‘유익한 시간’을 적극 장려하는 교회, 혼돈에 빠진 대중문화를 명확한 성경의 교훈으로 가르치는 설교, 기업의 경쟁체제나 학원의 목적의식에서 탈피한 평화로움과 진실함이 바탕에 깔린 교회가 필요하다.
필자 혼자 생각과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변화를 이루기 힘들다. 요즘 한인교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모두 마음과 기도를 모아서 한인교회의 새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인 2세, 3세에게 필요한 교회는 이중문화권의 ‘한미문화 교회’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 자녀를 한인교회에 연결시킬 수 있고, 한국적 신앙과 미국적 신앙의 장점을 배합해서 좀 더 건강한 크리스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용 욱 <목사·하나크리스천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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