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겨울 그리고 봄

2007-04-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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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백
<목사>


부활절 두레마을은 대부분의 과일나무들에서 각양각색을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가 지고 꽃이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열매들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과일나무들과는 달리 잎 먼저 나오는 석류나무가 새빨간 꽃을 피우고 감나무 역시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살구는 벌써 어른 엄지손가락 첫째마디만큼 크게 자랐고 아마도 5월 중순부터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입니다.
사람은 대개 나이 20이면 몸의 성장을 멈춘다지만, 나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와중에서도 계속 성장합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죽을 때까지 자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도 겨울에도 뿌리는 계속 성장할 겁니다. 사람은 그래서 20대 이후에는 마음과 영혼이 성장해야 하는 가 봅니다.
성장하지 않는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이듯이 사람 역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죽어버린 존재입니다.
한 달쯤 되었을까요. 이곳의 닭들이 이곳저곳에 알들을 까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것들을 찾아 먹으려고 이곳저곳을 뒤지며 때로는 그러면서도 닭들에게서 도둑질하는 마안한 마음으로 알들을 찾아먹었답니다.
그렇지만 미처 찾아먹지 못한 알들을 어미닭들이 어디선가 품고 있었고 지난주부터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가 되면 어미닭이 알을 깨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올 준비가 된 병아리가 안에서 연한 부리로 알을 깨고 어미닭은 잘 깨고 나오도록 돕는 역할만 합니다.
두레마을에 머물러 사는 두레마을 가족들은 15명 정도 되는데 대개가 작년에 들어온 분들입니다. 그간 많은 이들이 방문했고 머물다 떠난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샘물이 고이면 흐르듯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이곳을 머무는 사람들 중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많아서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 자신들의 아픔과 고통인 것처럼 함께 기도하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두레마을의 표어는 ‘사람과 땅을 살리는 두레마을’인데 그래서 이곳에 두레마을 문을 연 때부터 채소를 심던 과일나무들을 심어 가꾸든 우리는 어떤 케미컬(화학성분)과 비료조차도 사용하지 않고 농사해서 좋은 땅이 된 것입니다.
이제 작년부터 사람 살리는 일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인 줄 알았었는데 함께 살아보니 그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임을 또한 알게 되었고 이 일을 위해 섬기는 사람들 역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두레마을은 “……이제는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라는 시편 60편 1절의 말씀을 기초로 무너지고 쓰러진 것들이 세워지고 망가지고 고장 난 것들이 고쳐지고 상처받고 병이 난 것들이 회복되는 두레마을 2007로 가기로 하고 그렇게 가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부활의 아침에 두레마을을 통해 보여주시는 주님의 부활의 현상들이 어둡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아픈 이들과 다시 힘내어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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