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4-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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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실과 하나님자녀 구실

사람 구실이나 하고 사는 게 부모가 자녀에게 갖는 원초적 바람이다. 흔히 말하는 사람 구실이란 건강하게 자라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적당한 직업을 얻어 평생 먹고 살 경제적 방편을 마련하고,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생물학적으로는 장애인도 인간(호모사피엔스)으로 분류되지만 사회적으로는 사람이 아닌 동물과 같은 종류로 구분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동물을 키우듯 장애인에게 각종 복지혜택을 베풀어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연 하나님도 장애인을 이렇게 생각하실까? 하나님이 생각하는 사람 구실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이 규정한 사람 구실의 정의대로 말한다면 우리 딸 조이는 평생 사람 구실 못하고 살 아이다. 정규학교는커녕 특수학급에서 낮은 수준으로 교육을 받고 있고, 자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을 위해 경제 활동을 할 수준의 직업을 갖고 살지도 못할 것이다. 굳이 결혼을 시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게 할 수는 있어도, 자녀를 낳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조이는 사람 구실 할 수 없는 아이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하나님 자녀 구실이란 또 어떠한가? 하나님 자녀 구실이란 위에서 말한 사람 구실 이외에 몇 가지가 더 요구된다. 살아가는 삶의 모든 방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된다고 가르침을 받는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건강이 있는 사람은 건강으로, 학식이 있는 사람은 학식으로, 파워가 있는 사람은 파워로, 하여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 자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에 의해서도 장애인은 하나님의 자녀 구실에 실격이 되고 만다. 건강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그래서 돈도 벌지 못하고 권력도 잡지 못하니 무엇으로 하나님 자녀 구실을 할 수 있을까?
비록 장애인은 하루 종일 흥얼거리고 다니기나 하는 사람 구실 할 수 없는 존재로 사람들의 눈에 비쳐지지만, 하나님은 위대한 천재 수천 명을 합해서도 할 수 없는 큰일을 계획하여 그 일을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통하여 성취하시는 분이시다.
조이 역시 사람이 말하는 사람 구실은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하나님 자녀 구실은 이미 훌륭하게 하고 있다. 아니 아빠가 주님의 종으로 할 수 있는 평생의 일을 훨씬 크게 뛰어 넘어 결실을 맺고 있다. 조이가 아니었던들 조이장애선교회가 생기지도 아니했을 뿐더러, 지금 조이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힘차게 장애선교가 전개되고 있으니 조이는 이미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오늘도 아빠에게 연신 함박웃음을 날리면서 격려함으로써 내게 맡겨진 주님의 일을 잘 감당하도록 해 조이 인생에 두신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는 셈이다. 조이와 나는 이렇게 해서 하나님 자녀 구실을 합작하고 있다. 이런 조이가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김홍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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