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4-10 (화)
크게 작게
그리스도인으로 21세기를 사는 방법

1974년 7월 스위스 로잔에 150여개국, 2,700여명의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이 모였습니다. ‘세상은 그의 소리를 들을찌어다’라는 주제로 세계 복음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 대회였습니다.
이 자리에 개발도상국에서 온 용감한 이 시대의 선지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유명하지도, 신학적으로 큰 성취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받는 자, 신음하는 자의 삶에 동참했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대회에서 영혼 구원의 문제가 전쟁, 빈곤, 재난, 질병 등의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는 일과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님을 강변했습니다. 또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자들의 비겁함과 빈곤을 가져오는 불의에 타협하는 자들의 위선을 질타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복음주의 선교 운동은 잘 진행되어 온 듯 했지만, 영혼 구원 측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소외된 자들의 진정한 고통을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외침은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로잔을 뒤덮었습니다. 그 소리는 더 이상 변방의 소리가 아닌 선교 본무대의 당당한 테마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마치며 15개항으로 정리된 로잔 언약에는 복음 전도의 긴박성과 아울러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들어있습니다. 구제와 전도의 아름다운 조화를 강조하는 새로운 선교의 방향이 제시된 것입니다. 이 로잔의 정신은 1989년 필리핀 마닐라 선언, 2004년 브라질 이과수 선언에서 더욱 강화됐습니다.
21세기는 엄청난 시대입니다.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격차는 더 넓어지고, 가치관의 변화는 세대간 단절을 더 크게 하고 있습니다. 영적, 육체적 필요를 가진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2,000년 전 예수께서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현대 그리스도인은 그들을 섬길 수 있는 놀라운 기회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점점 많은 교회가 세계 복음화의 기치를 내걸고, 많은 선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나라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금을 보냅니다. 때로는 성도들도 단기 선교를 통해 선교현장을 체험하고, 그 경험을 간증으로 전달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로잔의 정신을 되새겨야 합니다.
‘수백 수천만이 빈곤 속에 있음을 볼 때 우리 모두가 충격을 느끼며, 우리 중에 풍요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생활양식을 발전시켜 구제와 전도에 더 많은 공헌을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확신한다’는 로잔 선언문의 일부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명쾌하게 알려줍니다.
저 또한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로잔의 외침을 삶의 지표로 삼아 21세기를 후회 없이 살아보렵니다.

박준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