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깨고 부수고 어지르며 ‘세상’을 배운다

2007-04-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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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의 저지레 어떻게 다루고 수습해야 하나

인간의 문제를 다룰 때는 현실의 행위 너머에 무언가가 끼어들게 마련임을 알 수 있다. 발발대며 기기 시작하고 뒤뚱대면서 걷기 시작하는 유아들이 본능적으로 벌이는 유희들을 살펴보면 그 시작과 끝의 엉킴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것도 사실이다. 유아들은 선반위의 책들을 마구 끄집어내어 방안을 어지르고, 서랍장을 열어 옷가지들을 쑤셔내고, 음식을 손으로 잡아 비비거나 던지기도 하며 가는 곳마다, 손닿는 곳마다 ‘혼돈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의 이런 행위 뒤에는 ‘세상탐구’와 ‘존재 확인’이라는 목적과 동기가 버티고 있다고 유아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아들의 이런 메시(messy)한 행위를 어떤 시각으로 보며 또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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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서에서 옷가지를 집어내고 부엌 선반에서 그릇들을 꺼내면서 유아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 탐구에 나선다>


뒤따라다니며 못하게 말리면
배우려는 열망·창의성에‘찬물’
놀이장소 제한 등 피해 줄이고
청소·정리하는 습관도 가르쳐야

■유아들의 저지레에는 배경이 있다
이해가 되면 쉬워진다. 한 살짜리가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는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부엌 서랍장이란 서랍장은 다 열어 냄비며 그릇이며 꺼낼 수 있는 것은 모두 꺼낸다. 부엌만이 수난의 대상이 아니다. 매스터 베드룸의 드레서에서 엄마 아빠의 속옷가지와 양말, 손수건까지 다 꺼내놓고 주스 잔을 엎질러 주스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 묘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런 난장판 장난에 대해 유아 전문가들은 “이맘때의 아이들은 원인과 결과를 통해 세상을 파악해 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필로우는 플로어에 던지면 그대로 있지만 유리잔은 깨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파악하고자 자꾸 ‘사건’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뒤따라 다니면서 수습해야 하는 부모의 고충인데 전문가들은 “아이가 사고를 저지를 원천을 봉쇄하면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창의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라고 충고하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이왕 거처가야 하는 ‘난장판의 세월’이라면 그 피해만이라도 줄여보자. 쏟고 엎지르면서 깨끗한 식탁보가 수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엎질러지지 않는 시피 컵을 주고, 빅 보이 컵은 목욕할 때 욕조 안에서나 사용하게 하면 어떨까? 또 크레용과 마커, 페인트 등은 쉽게 닦아낼 수 있는 것(washable)으로 주도록 하고 아이가 놀 수 있는 방도 한개 혹은 두개로 제한해 두고 다른 방은 게이트나 문을 닫아 차단하도록 한다.

■잡동사니를 줄인다
한 번에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수를 제한한다. 다른 것은 감추어 뒀다가 싫증나면 그때 다시 꺼내준다. 빅 보이에게 어울리는 커다란 장난감 상자 대신 선반이나 작은 상자에 아이의 물건을 넣어놓도록 한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온통 잡동사니를 다 꺼내 쏟아놓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작은 배스킷이나 상자별로 아이의 물건을 따로 분류해 담아놓은 것도 도움이 된다.

■치우는 것을 가르친다
어지르는 것도 재미있지만 치우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어지르는 재미와 감동을 누릴 때는 치우는 대가도 치러야 함을 알려줘야 한다. 낮잠 자기 전과 그리고 저녁 식사시간 전에는 항상 그날 놀았던 장난감을 치우는 시간으로 정해서 이것이 그날의 일과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도록 습관을 들인다. 함께 치우면서 노래를 부르던지 누가 먼저 치우나 내기를 하면서 청소와 치우는 시간이 유희의 또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다소 너저분한 채로 사는 것에 적응한다
유아가 있는 집이라면 적당히 어질러 있음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자랄 동안은 집안의 깔끔한 상태로 인품 테스트를 하려들지는 말아야 한다. 손님을 맞이하거나 파티를 열지 않는 한 자유스럽고 너저분한 상태가 오히려 유아들에게는 교육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 특별한 너저분한 시기를 카메라에 담아두면 후일 온 가족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엄마의 앞치마를 두르고 온 얼굴에 옥수수 알갱이를 묻히면서 먹던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장면이나 머리부터 발까지 온통 피넛버터를 바르고 서 있는 모습 등은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연출할 수 없는 걸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지레 해놓은 것을 해결하는 방법


◆벽에 칠해진 크레용: 헤어드라이어로 벽의 크레용을 어느 정도 녹인다. 빵조각을 둥글게 공 모양으로 말아서 문지르면 쉽게 지워진다.
◆카우치에 묻은 찰흙: 하룻밤 말린 다음 칫솔로 털어내고 배큠한다.
◆카펫에 쏟아진 주스: 물에 하이드로젠 퍼록사이드를 50대50의 비율로 탄다. 이를 카펫에 뿌려 15분간 놓아둔 다음 반 갤런의 물에 흰 식초 1/4컵을 탄 용액으로 문질러 낸 다음 그냥 물로 다시 한 번 헹군다.
◆옷에 묻은 마커 자국: 흐르는 찬물에서 마커 자국을 헹군다. 다음 약간의 알콜로 문지른 다음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유아들이 좋아할 저장 용기들

동물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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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용 박스에 동물그림이 그려져 있다. 벌린 입으로 작은 물건을 집어넣어 쌓아두면 빌딩이 되기도 한다. 100달러. target.com

악어 빨래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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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빨래 통이다. 유아들이 입던 옷을 집어 던지기에 좋다. 16달러. redmonusa. com

▲분류용 버켓: 블록, 레고 등을 따로 분류해서 선반 위에 올려두기에 편리하다. 버켓 한 개당 20달러. tterybarnkids.com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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