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눈물 마르지 않는 날에 (중)

2007-04-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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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흔들며 부르는 나의 소리에 엄마가 몸을 반사적으로 튕겨 일어나셨다. “무슨 일이야” “엄마, 놀라지마. 형부가, 형부가 돌아가셨데.” 엄마는 침대에서 몸을 굴려 내려오시더니 손톱으로 카펫을 마구 긁으며 또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게 무슨 일이냐.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엄마, 진정해야해. 나 지금 빨리 병원으로 가야해” “나도 가자 어? 나도 가” “엄마 내가 가서 전화 할께” 엄마가 데굴데굴 이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시면서 괴성을 지르시니 깊은 잠을 자던 큰아이가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난 큰아이를 꽉 끌어안고 “이 승혁, 아무 일도 아니야. 엄마 여기 있어.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서자.”
“엄마, 무서워. 엄마.” “엄마 이모가 있는 병원 갔다올 때까지 자고 있어 알았지?”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큰아이를 뿌리치고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난 차를 몰았다.
아비규환이란 말이 지금 나에게 가장 맞는 말인가? 전속력을 다해 달려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나님 도대체 왜 이러세요.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도대체 언제까지입니까. 3중장애 아들에, 아버지 돌아가신지 이제 겨우 1년 5개월, 금전적 어려움에, 그리고 형부까지. 왜요. 제가 뭘 그리 잘못 했습니까. 네? 대답해주세요. 엉엉엉.”
응급실로 달려가니 응급실 앞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못들어가게 막았다. 난 눈을 부릅뜨고 “간호사에게 형부의 사망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나 들어가야 해.” 종이에 사인을 하고 들어가라는 말에 난 연필을 집어던지며 “지금 장난하는 줄 알아?” 그때 응급실 문이 열렸고 처음 병원에 왔을 때 나와 언니에게 형부의 상태를 말해주었던 의사가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걸어왔다.
“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얼굴이 노랗게 질린 의사가 나에게 뭔가 해명을 하려고 했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세요.” 의사는 “알다시피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심전도도 정상이었고, 맥박과 혈압도 정상이었다. 다른 검사를 하려고 방을 옮기는데 환자가 갑자기 구토를 했고 바로 숨이 멎었다. 그래서 급하게 심장 마사지를 했는데 도저히 소생이 되지 않아서 직접 심장에 마사지를 하려고 가슴을 절개했는데 이미 심장 안에 혈관이 파열되어서 출혈이 너무 많이 된 상태였다. 미안하다.”
“우리 언니는 어디 있죠?” 의사의 안내를 받고 난 8번이라고 써 있는 커튼이 굳게 쳐진 작은 방에 들어섰다.
“언니 나 왔어.” 언니는 완전 넋이 나가 있다. 하얀 침대 위에 하얀 시트를 덮고 형부가 너무 평온한 얼굴로 누워있다.
“왜 이래. 이러지마. 일어나 봐 형부, 이건 아니야. 이러면 안돼 잖아. 일어나. 지금은 아니야 이렇게 가면 우린 어쩌라구. 애들은 어쩌고 이렇게 누워 있는 거야 어? 유언 한마디 없이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헤어질 순 없어. 일어나 제발, 제발. 아~”
마치 3차원 세계에 우리만 뚝 떨어져 나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기분이다. “민아야. 어떡하지. 우리 애들 이제 겨우 3학년 4학년인데 나 앞으로 애들 어떻게 키워. 응? 하나님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죽은 나사로도 살리신 하나님이 우리 남편도 살릴 수 있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줘요.”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언니를 붙잡고 울고울고 또 울었다. 아무 말없이 그저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만 뚝뚝 흘리며 우리는 멍하니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정신 차려야 해.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제부터 우리 다 힘들어져.’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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