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버스토리 ‘앤틸로프 밸리’

2007-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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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파피꽃 없다

겨울 가뭄-한파 강습, 야생동물이 먹어 치워

‘거친 황야에서 주홍빛 찾기.’ 해마다 4월이 되면 캘리포니아의 주화인 파피꽃이 피었나, 안 피었나 궁금해 하는 한인들이 많다. 모하비 사막 앤틸로프 밸리 캘리포니아 파피 보호구역은 봄철 꽃 나들이의 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사막에 피는 야생화, 파피꽃의 장관은 한번 본 사람이면 해마다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 파피꽃을 보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올 겨울 심한 가뭄에 강우량이 충분치 않았고, 지난 겨울은 매서운 추위로 꽃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피꽃 시즌을 맞아 방문객 센터인 ‘제인 핀헤로 센터’(Jane S. Pinheiro Interpretive Center)는 3월31일 해마다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오픈했다. 방문객 센터는 여름시즌까지 개방될 예정이다. 센터측은 “올해는 최악의 해”라며 “하지만 기금모금 마련과 늦게 피는 꽃을 보러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센터는 5월 중순까지 파피꽃 시즌동안 오픈될 예정”이라 밝혔다. 센터의 오픈일인 지난 31일, 캘리포니아 파피꽃 보호지구에 진한 주홍빛 꽃을 찾으러 긴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트레일을 돌며 찾아본 파피꽃은 4~5송이 정도. 그나마 사막 야생 동물에게 꽃잎을 먹힌 녀석도 있었지만 마른 사막바람에도 주홍빛의 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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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습은 황야 그 자체로도 볼만하다. 아쉽게도 올해는 주홍색의 파피꽃이 이곳 들판을 뒤덮지는 못할 것 같다>

방문객 센터, 5월중순까지 사막 무료 가이드 트레일

가족단위로 벌써부터 보호지구를 찾은 한인 방문객들도 아쉬움 속에 하이킹을 하면서 도마뱀이나 코요테의 흔적, 자그마하게 핀 야생화를 보면서 아쉬워했다. 토랜스에서 찾아온 한 한인은 “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찾아 왔는데 기대한 만큼 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막체험이 이색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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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런티어 리서처로 방문객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메리 윌슨(왼쪽)이 외로이 피어 있는 파피꽃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센터의 발런티어 리서처로 일하면서 야생화 리포트(Wildflower Report)를 발행하는 에디터 메리 윌슨은 “심한 가뭄에 올해는 꽃을 보기가 힘들다. 우기가 끝나는 3월 말의 ‘3월의 기적’(March Miracle)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비가 오지 않아 올해는 작년만 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사막의 야생동물이 수분 보충을 위해 꽃을 먹는 것도 한 요인”이라 설명했다. 파피꽃이 피지 않은 대신 제인 핀헤로 센터의 문 앞에 우뚝 서있는 조슈아 트리는 몇 년만에 흰 꽃을 피워 파피꽃 들판이 없는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센터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무료 가이드 트레일 투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막에서의 하이킹은 이색 체험 중 하나다. 바닷가나 숲, 산에서 하는 하이킹과는 달리 사막 속의 생명과 도시와는 다른 평온함과 고독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곳 파피 보호지역에는 8마일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가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다. 트레일 중간 중간에는 벤치도 있어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센터에서 지도를 무료로 얻어 보면서 하이킹을 해 볼 수 있는데, 가이드를 받으면서 걷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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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추위를 이겨낸 파피꽃>

캘리포니아 파피 페스티벌
파피꽃 구경 갔다가 매료당한 사막체험

가이드 투어 시에는 파피꽃, 야생화, 도마뱀, 쥐, 사막토끼 등 다양한 사막의 식물, 동물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어 자녀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된다. 주중에는 요청에 따라, 주말에는 오전 11시, 오후 1시에 그룹 투어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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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꽃 보호지역에서 서쪽으로 4마일 정도 떨어진 아서 B. 리플리 데저트 우드랜드 주립공원. 조슈아 트리, 향기로운 주니퍼 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앤틸로프 밸리 캘리포니아 파피 보호지역은 랭캐스터 서쪽, 15마일 떨어진 지점에 1,800에이커의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파피꽃이나 다른 야생화, 들꽃 등은 사우스 파피 루프, 테하차피(Tehachapi) 비스타 트레일, 노스 파피 루프 트레일 등에서 간간이 발견할 수 있다.
현재(31일 기준) 테하차피 비스타 포인트 쪽 트레일에는 걷다보면 서너 송이의 파피꽃을 관찰 할 수 있다. 곳곳에 나 있는 구멍에서는 작은 사막 도마뱀들이 사람의 발길을 피해 황급히 구멍 속으로 달아나기도 한다.
테하차피 비스타 포인트 트레일에는 보라색 부시 루핀 꽃도 조금 피었으며 골드필드도 약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골드필드 역시 간간이 피었다. 또한 작은 피망고추처럼 생긴 로코위드 코투리, 필라리(filaree), 피들넥(fiddleneck) 등을 볼 수 있었다. 키타네묵(Kitanemuk) 트레일 쪽에서는 테하차피 비스타 보다는 더 많이 보라색 루핀 꽃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외 골드 필드, 블루 딕 등 꽃이 피기 시작했다.
트레일을 걷는 하이킹을 할 때에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선블럭 로션이나 크림은 꼭 바른다. 물병을 갖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사막바람이 10~30마일 정도로 강하게 불고 있으므로 재킷을 가져가는 편이 좋다.
센터 내에는 그늘진 피크닉 장소가 마련돼 있다. 또한 센터에는 기프트 샵과 함께, 야생 꽃과 동물에 관한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야생 사막동물 모형 전시관, 야생꽃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한국어 버전의 보호단지 설명서도 비치돼 있다.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픈한다. 보호지역 자체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장한다.야생화 업데이트는www.parks.ca.gov/ ?page_id=627, www.calparksmojave.com, (661)724-1180(녹음 정보)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립공원(www.parks.ca.gov/)의 앤틸로프 밸리 캘리포니아 파피꽃 보호지역 사이트에서는 리서처들이 업데이트하는 ‘Latest Researcher Updates’ 게시판에서 사진과 함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야생화가 적은 반면 올해는 파충류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센터 내에는 파피꽃의 보호에 앞장섰던 제인 S. 핀헤이로의 전시관이 마련돼 핀헤이로가 그린 파피꽃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공원 입구로 들어가면 주차장에서 셀프로 주차료를 낸다. 자동차당 5달러, 노인 운전자는 4달러다.
주소 15101 West Lancaster Rd., Lancaster, CA 93536
문의 (661)942-0662 모하비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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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파피 페스티벌 토퍼 타드와 리리 주키니의 서커스 공연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파피꽃은 작년만 못하지만 랭캐스터의 파피꽃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파피꽃을 주제로 한 최대 지역행사인 2007 캘리포니아 파피 페스티벌(California Poppy Festival)이 21일부터 22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랭캐스터 시티 팍에서 열린다.
각 지역에서 방문객들이 몰려들어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200여개의 아츠 앤 크래프트 전시 및 판매용 부스에서는 보석, 핸드메이드 목재 장난감, 유리 공예품, 아로마 비누, 의류, 미술품, 인형, 퀼트 등 각종 공예품등이 전시 판매되며 파피꽃을 주제로 한 사진 및 그림전,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전시회 등도 열린다.
재즈, 블루스, 켈트 민속음악, 락 음악 등이 연주되며 어린이를 위한 페딩 주, 꽃과 파머스 마켓 장터, 홈 앤 가든 웍샵, 매스크 모노로그 공연 등 성대한 가족 축제로 꾸며진다.
뮤지션 공연으로는 그룹 나인데이즈, 재즈 섹서포니스트 마리온 메도우스, NBA 농구선수에서 베이스 주자로 변신한 웨이먼 티스데일 등이 라이브로 공연한다.
가는 길:LA에서 5번 North를 타고 가다가 14번 North로 갈아탄 뒤 팜데일을 지나 랭캐스터 인근 Avenue L에서 내려 우회전한다. 그 다음 10th St.에서 좌회전, City Park Dr.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입장료:성인은 7달러, 62세 이상 노인과 6~12세는 3달러, 5세 이하는 무료. 파킹은 무료.
웹사이트:www.poppyfestival.com
주소:43011 N. 10th St., West Lancaster, CA 93534
문의:(661)723-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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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막 도마뱀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보호지역에는 구멍이 많이 있는데, 사막 도마뱀, 사막 쥐, 뱀 등이 서식하고 있다>

<파피꽃 보호지역 인근 가볼만한 곳>
■아서 B. 리플리 데저트 우드랜드 주립공원
주니퍼(노간주나무), 조슈아 트리가 보호되고 있는 곳으로 560에이커의 작은 주립 공원이다. 지난 88년에 주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주니퍼, 조슈아 트리 보호에 앞장 선 아서 B. 리플리의 이름을 땄다. 앤틸로프 밸리 파피꽃 보호지역에서 서쪽으로 5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661)942-0662

■엘리자베스 레이크
앤틸로프 밸리 보호지역에서 좌회전, Munz Ranch Rd.에서 우회전해서 쭉 가면 엘리자베스 레이크를 만난다.

■헝그리 밸리-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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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밸리는 모터사이클, 사륜구동 지프 등을 타는 매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주립 차량 레크리에이션 공원이다. 이곳에서도 노란색 야생화를 종종 볼 수 있다>

LA에서는 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노란 코레오피시스가 많이 피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번째로 큰 오프-로드 차량 레크리에이션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ATV(사륜 오토바이),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2만에이커 규모로 2,000에이커가 ATV 타기를 위해 오픈돼 있다. 130마일에 이르는 트레일이 마련돼 있으며 퀘일 캐년 모터크로스 트랙이 따로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사륜구동 모터사이클을 코스로 연습 트랙도 마련돼 있다.
방문하기 전에 산불로 인한 제한 구역은 없는지 꼭 체크한다. 문의 (661)248-7007 웹사이트 www.parks.ca.gov/ default.asp?page_id=405

<앤틸로프 밸리로 갈 때에는>

LA에서는 5번 North를 타고 가다가 14번 North로 갈아타 랭캐스터로 향한다. 애비뉴 I(Avenue I)에서 내려 좌회전을 하면 110th St.을 지나 길 자체가 우회전을 하게 된다. 이때 길은 120th St.으로 바뀌어 또 Fairmont Needach Rd.로 바뀌었다가 다시 랭캐스터 로드로 바뀐다. 이때 뒤돌아가지 말고 Munz Ranch Rd.를 패스해서 계속 길을 따라가면 파피 보호구역(15101 Lancaster Rd.)에 도착한다. 14번 프리웨이에서 애비뉴 I에서 내려 보호지역까지 약 15마일 정도 걸린다. LA 한인타운에서는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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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 핀 작은 생명들>

<주의사항>

-뱀을 보면 경비원이나 센터 발런티어들에게 알린다.
-지정된 트레일로만 걸어야 한다. 트레일을 넘어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꽃을 꺾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파피 꽃을 꺾었을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트레일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갈 수 없다.
-음식은 지정된 피크닉 장소에서 먹을 수 있다.
-트레일을 걸을 때는 물을 가져갈 수 있다.
-말이나 자전거 역시 금지다.

글·사진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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