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2007-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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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

가톨릭 신자는 가끔씩 외부 사람으로부터 본의 아닌 오해를 받는다. 십자고상, 성모상, 성인성녀의 성상을 모셔놓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자칫 우상숭배처럼 보여서일까. 그 때문인지 외교인 뿐만 아니라 같은 크리스천인 개신교로부터 가끔씩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은 조상이 살았던 곳에 유적지를 만들고, 대통령 기념관도 짓는다. 그리고 그분들의 동상도 세운다. 이런 것은 미신행위나 우상숭배가 아니다. 그 동기와 목적이 그분들의 살아 생전 업적과 발자취를 되새겨 보면서 그분들이 남긴 얼과 정신을 본받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천주교회에서 성모상과 성인상 등을 모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0년 전 주님이 살다 가신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싶어 그분이 밟았던 땅조차 성지라 하여 순례한다면, 그분 어머니를 ‘성모님’으로 존경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대통령의 부인조차 영부인으로 대우하고, 존경하는 분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공경하는 것은 인간의 아름다운 예절이고 존경하는 마음의 표지다. 아무도 이런 것에 우상숭배의 의미를 두지 않기에 양심의 거리낌을 못 느끼는 인간이 어찌하여 우리가 공경하는 예수님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우상숭배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그렇다고 인간인 마리아를 신으로 모시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세종대왕이나 처칠 수상,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이나 동상이 우상숭배의 행위가 아니라면,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온 생애를 바친 훌륭한 위인들인 성인들의 동상이 왜 우상일까.
‘제사’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께서 명하신 십계명에 ‘네 부모를 섬기고 공경하라’ 하셨기에 우리는 부모를 섬기고, 돌아가신 조상을 기억하는 제사를 지낸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즉시 하느님께 나아가고, 영혼을 감쌌던 옷인 육신은 흙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부활한다. 이런 진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조상을 섬기는 그 제사가 미신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혹시 죽은 조상의 한 맺힌 혼백이 허공에 떠돌면서 귀신이 된다거나, 제사 때 음식을 맛보는 대상으로 여겨 영을 불러들여 음식을 대접한다면 이건 분명 미신이며 우상숭배 행위다. 조상의 묘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이런 미신적 의도가 아니라면 제사는 조상 공경의 아름다운 효경 사상이기에 전혀 우상숭배가 될 수 없다.
우상은 내 삶의 잘못도니 섬김의 대상이다. 하느님 대신에 돈이나 권력, 세상의 쾌락, 미신, 진리를 벗어나는 것을 섬기는 대상으로 삼고 살 때 그것이 우상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섬기고 살아야 할 대상은 오직 단 한 분 살아 계시는 창조주 하느님 한분 뿐이다. 그렇기에 하느님 이외 어떤 존재나 피조물이 그분을 대신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구약과 신약 성경의 기본 가르침이 아닐까.

김 재 동 <의사·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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