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연정 소머리 국밥 ‘

2007-04-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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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맛의 궁합
‘오징어 삼겹살 불고기’
돌아서면 또 생각나

웨스턴과 11가에 위치한 ‘배연정 소머리 국밥’에 가면 친근한 코미디언 배연정씨가 손님들을 반긴다. 깔끔하고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이 식당은 그릴에서 지글지글 구워진 오동통한 오징어와 쫀득쫀득한 삼겹살, 야들야들한 불고기가 어우러진 ‘오삼 불고기’가 간판메뉴다. 여기에 마와 돼지고기 삼겹살이 어우러진 ‘마돈나’, 오삼 불고기를 밥 위에 얹은 오삼 덮밥, 감칠 맛 나는 묵은지 맛이 일품인 토굴 묵은지 찜 등 ‘범상치 않은’ 요리가 가득하다. 메뉴판만 봐도 호기심이 마구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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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배연정씨가 간판 메뉴인 오삼 불고기와 마돈나를 선보이고 있다>


마+삽결살 ‘마돈나’
토굴 묵은지 찜 등
배연정씨가 메뉴 개발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
화학조미료 전혀 안써

<오삼불고기와 마돈나의 합창>
간판 메뉴는 그 식당에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오삼 불고기의 맛을 봤다. 새빨간 양념을 뒤집어 쓴 오동통한 오징어와 쫀득쫀득한 삼겹살, 야들야들한 불고기가 어우러졌다. 17가지 재료로 만들었다는 양념은 새빨개서 매울 것 같지만 지나치게 맵지 않으면서 짭짜름한 것이 오묘하다. 반찬으로,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맛도 일품이지만 세 가지 아이템을 ‘한 방에’ 맛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여기에 쫄깃쫄깃한 떡볶이 떡과 푸짐한 야채, 몸에 좋은 새송이 버섯이 푸짐하게 들어가 영양의 균형이 맞춰졌다. 어른, 아이 모두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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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삼겹살과 오동통한 오징어, 야들야들한 불고기를 한방에 맛볼 수 있는 오삼 불고기>

오삼 불고기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은 ‘마돈나’. 예로부터 위궤양에 효과적이라고 소문난 마, 스테이크 식으로 구운 삼겹살, 그리고 음식을 즐기는 ‘나’가 함께 어우러졌다는 뜻이다.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구워 짭짜름한 맛이 일품인 삼겹살은 이게 과연 삼겹살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살이 통통하면서 주시(juicy)하다. 여기에 잘 구운 마늘과 양파, 마를 얹어 먹으면 향긋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예술이다.
맛도 맛이지만 세 가지 음식의 궁합도 완벽하다. 마늘과 양파는 기름기 많은 삼겹살의 비린내를 없애고 소화를 도운다. 마도 위의 소화흡수를 도와준다.
한방 재료로도 쓰이는 마는 몸에는 좋지만 끈적끈적한 느낌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 그리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배연정씨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를 살짝 구운 뒤 짭짜름한 날치 알을 뿌렸는데 담백한 맛이 삼겹살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오삼 불고기와 마돈나는 톡톡 튀면서도 내면은 꽉 차 있어 한 번 맛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준다. 국제 특허 신청을 낼만큼 인기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소머리 국밥, 묵은지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토굴 묵은지 찜, 오징어와 삼겹살, 김치가 어우러진 오돈치 등 모든 메뉴가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
한편 배연정씨는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몸보신용 한방 오리 누룽지 백숙을 내놓았다. 몸에 좋은 오리고기를 한약재에 여러 번 삶고, 노릇노릇하게 만든 찹쌀 누룽지와 단호박을 곁들였다. 3~4명이 한꺼번에 몸보신할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라고.
특히 각종 고기요리에 함께 나오는 동치미는 시원하고 깊은 맛이다. 여기에 국수를 말아주는 동치미 국수는 시골 할머니가 항아리에서 담그는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 꼭 한번 맛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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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식으로 구워 주시하고 고소한 삼겹살과 살짝 구운 마, 마늘과 버섯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마돈나>

<배연정씨와 음식사랑>
한국에서는 13개 지점을 둔 배연정 소머리 국밥.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그가 식당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수라간에서 일하셨던 증조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배씨는 어려서부터 신설로 등 진귀한 음식을 접했다. 감기에 걸리면 양파와 파를 삶은 물을 먹는 등 민간요법에 정통했다.
배연정 소머리 국밥의 모든 음식은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배씨가 직접 개발한 메뉴. 음식재료간의 궁합, 음식과 건강에 대한 지혜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배씨는 모든 음식에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기름도 올리브 오일과 포도씨 기름만 사용한다. 갈비를 잴 때도 파인애플과 키위 등 싱싱한 과일을, 설탕 대신 꿀 가루를 사용한다. 재료값이 비싸더라도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단다.
“앞으로 뉴욕과 하와이 등 한인이 많은 지역에 지점을 내고 싶다”는 배씨는 “한 사람이 먹어도 제대로 잘 대접받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가격
소머리 국밥 9.50달러, 오삼 불고기 29.75달러(소)~49.75달러(대), 마돈나 15달러, 오돈치 15달러, 오삼 덮밥 9.75달러, 도가니탕 10.95달러, 토굴 묵은지 찜 29.75달러(소)~49.75달러(대), 뚝불고기 9.75달러, 황태구이 13달러, 옛날 해장국 9.50달러, 소머리 수육 24.75달러(소)~45.25달러(대), 육개장 9.75달러, 굴전 15달러, 떡국 9.50달러.


-영업시간
주 7일 365일 오픈. 오전 7시~오후 10시.

-주소와 전화번호
1144 Western Ave. #108, (323)732-5900

<글 홍지은·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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