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4-03 (화)
크게 작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기독교와 기독교인은 싫어했지만 예수는 좋아했다. 그는 힌두교인이면서도 예수의 산상수훈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나는 올해 초 이 난을 통하여 우리가 부는 호루라기가 단지 주위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고 경고하는 선을 넘어 밝고 정직한 우리 그리스도인과 건강한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리는 호루라기도 불겠노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 이야기부터 먼저 쓰게 돼 자화자찬 같아서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앤젤레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993년에 창립해 그 동안 신앙의 생활화 운동과 건강교회 운동을 펴왔다. ‘정직하고 검소하게 나누며 살자’는 캐치프레이즈가 그 동안 우리가 해 온 신앙의 생활화 운동 강령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나눔 운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 북한 어린이 돕기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이다. 이 운동은 북한에 큰 홍수 피해가 있었던 다음해인 1996년 7월 시작됐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빵을 만들어서 자동차에 싣고 두만강을 건너가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다가 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1997년 10월 함경북도 회령시에 빵공장을 세우고 거기에서 만든 빵과 국수를 그 곳 탁아소 유치원 인민학교 어린이들에게 먹여 오고 있다.
1997∼8년은 북한의 식량난이 극도에 달했던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이었다. 이 때 이 곳의 어린이들은 빵을 받기 위해서 100% 학교에 출석하였고 학교에서 받은 빵 3개 중 한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에게 갖다 주었다는 미담도 있다.
우리는 이 빵공장을 2003년 여름부터 회령시에 인접한 철광지대인 무산군에도 설치하고 이 두 시군의 아이들 2만명에게 사랑의 빵을 공급하고 있다.
둘째, 피폐한 북한 농촌에 젖염소를 보내는 운동이다. 염소는 각종 질병에 강하고 번식이 왕성하며 풀만 먹고도 자라는 짐승으로 오늘의 북한 실정에 사육하기에 가장 알맞는 동물이다. 우리가 보내는 염소는 우량종 젖염소이므로 염소 한 마리에서 하루 2∼5kg의 젖을 짤 수 있다. 여기에 곡식을 조금만 보태면 5인 한 가족 하루의 식량이 충분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가 보낸 염소는 약 2,200마리인데 이 염소가 지금은 많이 늘어나서 배고픈 어린이들과 농민들의 큰 식량 공급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일 외에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동포를 위한 나눔 운동도 하고 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과 러시아의 고려인은 우리와 같은 이민자지만 이들은 일찍이 가난과 핍박을 피해서 타의에 의해서 이민 가서 망국의 한을 품고 형극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동포를 돕는 일도 우리가 우선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중국의 조선족 학생을 상대로 한 장학사업이다. 우리는 현지의 교육기관과 언론사의 힘을 빌려서 1년에 한번 한글백일장을 개최하여 수상하고 1년에 100명에 가까운 생활이 어려운 초, 중, 고,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넷째, 소련 체제 붕괴 후 옛 연고지인 연해주로 돌아와서 살고 있는 고려인에게 수익성이 높은 비닐하우스 촉성 재배를 장려하여 여기 소요되는 시설비와 영농자금을 융자해 주는 사업도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은 동족사랑 나눔 운동을 전 미주 40개 주에 흩어져 있는 500여명의 회원들과 150여 교회의 참여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헌금 수입이 많이 줄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령 국수공장은 운영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고, 올해 북한에 보낼 젖염소의 구입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르는 이 동족 사랑의 노래가 긍휼한 마음을 가진 성도들과 교회에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