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산휴가 후 직장 복귀하는 엄마를 위한 육아-일 병행 요령

2007-04-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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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일주일 전부터 예행연습 해보라

아기 낳아 젖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일하던 기억은 멀리 태고적인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서 가끔 텅 빈 느낌을 가지게 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초등학교 1학년생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직장으로 복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보통 이때쯤이면 출산휴가가 끝나간다. 한편으로는 ‘아기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어떻게 하루 종일 일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라며 미안한 마음과 걱정이 동시에 들면서 마음은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좀체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이런 새내기 엄마들을 위해 ‘페어런츠’지 4월호가 출산휴가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엄마와 아가를 위한 ‘옮겨 타기 요령’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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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후 직장에 복귀할 때는 출근 1주일 전부터 베이비시터를 고용, 미리 일상을 예행연습해 보는 것이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시간날때마다 최대한 휴식
밤 9시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또래 엄마들과‘연결’끊지말고
사무실에서는 ‘프로’답게 행동

1.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사랑?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력이 엄마의 존재 자체를 통째로 흔들어대고 있다. 누구는 사랑을 위해 왕궁도 버린다는데 나는 일을 위해 아기를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죄책감에 한밤 베갯잇이 푹 젖기도 한다.
그러나 ‘아기도 좋지만 일도 좋다’라고 감정부터 먼저 추슬러야 한다고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위안’(Relief for Working Moms)의 공동저자 캐롤 래드는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일상을 조직적으로 일하는 엄마의 일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일로 원대복귀하기 1주일 전쯤부터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예행연습을 미리 해봐도 좋다. 아기가 잘 적응하는지, 엄마에게도 무리가 없는 스케줄인지를 미리 체크하고 알람시계도 작동시켜 출근 때처럼 일찍 일어나보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아기가 아플 때, 또 베이비시터가 아파서 결근을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백업 플랜도 세워놓아야 한다.

2. 최대한 휴식을 많이 취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고난도의 강행군이다. 베이비시터가 도와주고 남편이 짬짬이 손을 빌려주고 너그러운 직장상사가 위안의 말을 보따리로 안겨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엄마의 최대의 불평은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면서 스스로 고갈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고 느끼게 되는 끔찍한 공허감이다.
여기에서부터 벗어나려면 설거지, 빨래, 집안 청소 등 잡일보다는 자신의 휴식이 먼저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경험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내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고 그래야 아기도 잘 돌볼 수 있고 집안 경영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 따라서 가능한 한 밤 9시면 취침에 들도록 한다. 그래야 5시간쯤 자고 나서 새벽 2시께에 아기 우유나 젖 먹이고 기저귀 갈아준 다음 다시 몇 시간 눈 붙이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엄마도 사생활이 있어야 한다
노는 물이 비슷해야 감정이 통한다. 출산휴가 동안 또래 엄마들을 사귀어 놓았을 것이다. 직장에 복귀한다고 해서 이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주중에도 가끔 전화하고 주말 토요일 아침 같은 때는 아기와 함께 또래 엄마들끼리 모여서 커피샵에서 수다도 떨고 힘든 점도 서로 주고받고 아기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는 ‘통하는 그룹’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이런 그룹이나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면 아기와 함께 듣는 요가 클래스나 ‘맘 앤드 미’ 같은 아기와 엄마를 위한 클래스에 참석해 보면 또래의 건강하고 밝고 싱싱한 새내기 엄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사무실에서는 프로여야 한다
울며 보채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불침번을 서고 출근한 날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기 일쑤다. 일터에서 엄마를 찾을 것 같은 아기 걱정이 되기고 하고, 아기가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몸도 마음도 피곤하니 책상에 잔뜩 쌓인 서류뭉치를 보면 냅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폭발 직전이다. 그래도 이런 기분을 동료에게 발산하거나 직장 상사가 “저 친구 지금 몸은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출장 가 있군”이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출근하면 아기, 집안 일에 관해서는 잊어버리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엄마가 되면 일에서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아이를 낳고 나서 직장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더 자상해지고 사려 깊어지기도 하며 좀 더 세상을 넓게 보는 개안이 되기도 한다. 또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해치우는 데도 전보다 더 능률이 오른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5. 쉽게 포기하지 말라
처음 몇 주간은 누구나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내몰리다 보면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날들이 잦아진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일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회사와 조직을 위해서? 결코 아니다. 결국 일도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이니 만큼 적응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 몇 달이 지났는데 아니 거의 1년이 지났는데도 도저히 못 견딜 지경이면 그때는 대안을 강구해 봐야 한다. 상사에게 가서 1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집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아니면 파트타임이 가능한지 알아보도록 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제안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회사와 자신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안을 했을 때 회사측에서 전면 수용할 수도 있지만 전면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거부당한다면 풀타임을 그대로 강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업무 스케줄에 융통성이 있는 새로운 일터를 찾을 것인지 고려해 본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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