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이야기 ‘녹색의 차보라이트’

2007-03-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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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색을 즐겨 입었던 백의민족의 후예인지라 그런지 한인들도 보석뿐만 아니라 패션 전반에 걸쳐 컬러에 대해선 과감함보다 무난함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색채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칼라만큼 효과적인 투자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컬러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컬러 보석에 대한 관심과 이해 또한 필수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녹색의 차보라이트는 영국의 지질학자 Campbell Bridges에 의해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보석이다.
뱀, 사자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황량하지만 독특한 풍광의 아름다움이 있는 탄자니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Tsavo 국립공원에서 차보라이트의 역사는 시작된다.
1967년 보석을 찾고 있던 Campbell이 감자같이 생긴 돌멩이 안에서 아름다운 녹색의 낟알을 발견했는데 그 때까지 좀체로 발견되지 않았던 가넷에 속하는 그로술라라이트로 밝혀졌다.
특유의 아름다운 컬러와 투명함이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뉴욕의 티파니도 흥미를 보이지만 탄자니아는 보석을 수출할 수 없는 나라였다.
이 보석이 발견된 것은 넓게 퍼져 있는 지층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 캠벨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승부사 근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야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집에서 생활하고, 보석 도굴을 막기 위해 파이톤을 풀어 놓으며 끈질기게 참고 기다려온 그가 케냐와 탄자니아 두 지층의 경계선 모두에 차보라이트가 있을 거란 짐작이 맞아 떨어져 1971년 케냐에서 두번째로 차보라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놀라운 발견이었지만 불행히도 이 보석이 알려진 건 그 때까진 오직 전문가에게 뿐, 티파니가 1974년 대대적인 캠페인을 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녹색의 보석은 대표적으로 에머랄드, 페리도트 그리고 그린 토르말린 등이 있는데 차보라이트가 특히 매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생기와 활력을 주는 선명한 그린 컬러다.
눈부시게 찬란한 봄, 생동감 있는 꽃의 향기에 흠뻑 취할 것만 같은 녹색의 정원을 연상시켜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킨다.
또한 다른 가넷과 마찬가지로 빛의 굴절률이 높기 때문에, 가넷은 숨기기 어려운 보석이란 전설도 있을 정도다. 심지어 옷 밑에서도 그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다.
다른 장점은 쉽게 깨지지 않기 때문에 에메랄드로는 할 수 없는 invisible setting(스톤끼리 서로 맞물리는)에 적합하다. 2캐럿 이상되는 차보라이트는 매우 귀하지만, 작은 사이즈라 하더라도 색깔이 선명하고 광택이 뛰어나다.
유명 보석 디자이너의 올 봄 컬렉션에서도 상큼한 칼라, 합리적인 가격, 기분까지 좋아지는 차보라이트가 많이 뜨고 있다.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은가. 차보라이트로 특별함과 설레렘을 더해보자. 외출이 즐거워진다.

메이 김 <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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