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눈물 마르지 않는 날에 (상)

2007-03-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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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야, 형부가 심장이 아프다고 하는데 집에 우황청심환 있니?” 시계를 보니 밤 12시30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여러 가지 일로 극도로 피곤한 가운데 있어서 언니의 늦은 전화가 다소 짜증이 났다.
“잠깐 기다려 봐.” 엄마에게 물어보고 집에 약이 있으니 가지러 오라고 했다. 언니가 집으로 돌아간 지 몇 분 후 “아무래도 응급실로 가야할 것 같아”
“언니, USC 병원 응급실로 가” 응급실에 어떻게 하면 빨리 들어갈 수 있는지 말해 주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밤 운전이 서툰 언니를 위해 내가 앞장을 서야 할 것 같아 언니 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USC 병원 응급실 앞에 내 차와 언니 차를 세우고 내가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 간호사를 붙잡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밖에 있는데 걸어서 들어오지 못하니 도와 달라고 했다. 간호사 두 명이 급히 나왔고 형부는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형부는 가슴을 쥐고 처음 집 앞에서 보던 얼굴보다 더 괴로워하고 있었다.
언니와 난 일단 차를 일반 주차장에 세워두고 다시 응급실로 돌아오니 벌써 형부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심전도를 하고 전기선을 걷어내고 있었다.
간호사는 심전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고 우리에게 증상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간호사는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겠다고 다른 방으로 옮길 테니 잠시 보호자 대기실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형부는 언니와 나에게 손을 저으며 희미한 소리로 “애들, 애들.” 난 조카들 내일 학교를 부탁한다는 말로 들었다.
보호자 대기실 앞에 서 있는데 언니가 눈물이 그렁거려 있다. “언니, 걱정마,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급체한 것 같아. 오늘 날씨도 추웠잖아.” 언니는 “그치? 아무 일 없겠지?” 그때 응급실에서 담당의사가 나왔고 우리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잠깐 다른 검사를 해야겠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의사에 말에 난 웃으면서 “거봐, 아무 일 없잖아. 급체했네. 언니, 내일 아침에 내가 애들 학교 보내줘야 할지도 모르니까 나 집에 들어갈께. “ “민아야…” 언니가 눈물을 주룩 흘리면서 “왜 이리 마음에 진정이 안 되지?” “기도하고 있어, 당신, 기도가 필요해, 나 들어갈께”
갔던 길을 다시 돌아 집으로 오니 새벽 2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엄마가 “뭐래? 괜찮다지?” “응, 아무래도 급체한 것 같아. 심전도도 해봤는데 아주 정상이래. 엄마 걱정하지 말고 얼른 자. 내일 일하러 가야 하잖아” “어휴, 감사하다. 너무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엄마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방에 들어가시고 난 내방에 누워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
핸드폰 소리가 적막을 깨면서 누군가 나를 찾는 듯 다급하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여보세요?” “여기 USC 병원입니다.” 너무나 날카롭고 격앙된 목소리로 누군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는 언니 것인데 전화를 건 사람은 USC 병원 한국 간호사라고 했다.
“네? 누구세요?” “이정아씨 동생이죠? 언니가 지금 굉장히 힘들어요. 지금 이곳으로 오셔야겠어요.” “여보세요? 무슨 일인데요 네? 우리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데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많이 떨리고 있다. “형부 되시는 분이 30분 전에 사망하셨습니다.”
갑자기 몸이 휘청거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무나 직선적으로 거침없이 형부의 사망소식을 전한 간호사의 전화에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을 잃었다. 잠자던 옷 그대로 입고 내 방문을 열고 내 방문과 마주보고 있는 엄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엄마. 일어나 봐, 엄마.”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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