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3-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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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없습니다

얼마 전 교회 저녁 행사에 참석하러 프리웨이에 들어서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한 광경에 탄성을 질렀습니다. 각양각색 아름다운 모양의 구름 조각, 진한 주황색과 연보라색을 절묘하게 썩은 듯 미묘한 색채의 구름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멋지게 어울려 있던 지요. 마치 쏟아진 물감 위에 놓인 얇은 종이처럼, 어느새 초록색 미니밴 속 여섯 아이들의 마음은 행복색(?)으로 채색되고 있었습니다.
순간, ‘우리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운 물들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마음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누구에게나 되돌릴 수 없는 단 한 번의 인생인데, 지금 나는 어떤 물감으로 나와 내 주위를 물들이고 있나? 그 때 한 단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현대인에게 사랑이란 단어는 너무 흔합니다. 많은 것들 앞에 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붙이니, 온통 사랑의 홍수 속에 허덕입니다. 하지만 ‘풍요 속 궁핍’이라고, 진정 아름다운 사랑에 모두 목말라합니다.
아직 날짜가 한참 남은 우유를 먹으려고 컵에 따르다가 그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어 고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유를 판 마켓과 우유를 생산한 농장까지 공개사과를 하고, 아직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남은 우유들이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요즘엔 사는 수준이 높아져서 먹는 식품에도 주의를 많이 기울입니다. 건강을 위해 생식을 하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식품을 구입할 때도 식품 뒤에 표시된 유효기간을 확인해서 음식을 먹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사용하는 기계나 옷, 신발이나 가구 등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제한된 사람이 만든 모든 것들에 제한된 기간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우리에게도 한 가지 제한되지 않은 것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주어지지만 거기서 사랑을 빼면 예수님의 말씀처럼 아무런 힘이 없는 ‘가장 비참한 자’가 되지 않을까요?
많은 것이 유효기간을 지나면 무용지물이 되지만 ‘사랑’이라는 신비에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명과 같이 우리를 살리고 아름답게 가꾸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또한 이 놀라운 사랑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에 감사합니다.
주님! 오늘도 저의 제한된 많은 부분들에 얽매이지 않게 하시고, 다함이 없는 당신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원합니다. 먼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걸작품인 나 자신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며, 지금 이곳까지 인도하신 주님께 기쁨이 되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랑은 말로만 울려지는 소리가 아닌 희생과 수고의 거룩한 액체들이 요구되는 숭고한 물병임을, 주님 주신 손과 발, 온몸의 지체들이 연합해서 빚어내는 아름다운 관현악임을, 마른 뼈에 붙여졌던 힘줄과 살에 불어넣어진 생명의 호흡임을, 스쳐 가는 순간마다 알게 하시고 깨달은 만큼 행하게 하소서! 유효기간 없는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살게 하소서!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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