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첫 ‘군목 부부’눈앞 조진호-은이 목사

2007-03-30 (금)
크게 작게
“남편 따라서 저도 군목돼요”
“전쟁터 누비며 군인들 위로해주고 싶어”

부창부수(夫唱婦隨·남편이 부르면 부인이 따른다는 말로, 부부의 화합을 뜻함)라 했던가. 아니,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조진호(43), 은이(39) 부부. 그 동안 사모로 불렸던 아내가 남편을 따라 26일 기독교미주성결교회(총회장 송증복)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목사 커플이 됐다.
그걸로도 모자랐나. 조은이 목사가 남편의 뒤를 이어 군목에 도전하고 있다. 5월 아주사 퍼시픽 유니버시티를 졸업하고 7월이나 9월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군목 학교(16주 과정)만 이수하면 부부 군목이 탄생한다.
성결교 100년 역사에서 여성 목사 안수는 처음이니, 1호 목사 커플이다. 2003년 5월 군목이 먼저 된 조 목사는 “한인 부부 군목은 저희가 처음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조 목사가 2,000여명 군목 리스트를 검색해 보니 한인이 30명 정도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여성 군목은 미국인과 결혼해 하와이에서 복무중인 한 명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고.
아내는 남편이 군목이 된 순간부터 같은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같은 사역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군요”라고 아내는 말한다.
그런 생각이 드니 군목이 돼야 할 이유가 자꾸 떠오르더라고. 젊은 성인을 상대하니 편할 것 같이 느껴졌고, 군 생활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군이 활기찬 조직 사회라는 점도 좋았다. 남편도 군목이 되는 것에 적극 찬성했다. 그래서 군목이 되려고 신학교에도 입학했다.
그럼 남편은 왜 군목이 됐을까. 청년 사역에 관심이 많던 조 목사는 선배 목사의 꾐에 넘어갔다고 한다. 1995년 미국에 건너온 조 목사는 “What’s up?” “Hey, Man”만 할 줄 알면 군목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더군요”라며 조 목사는 웃는다.
군목이 왜 좋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조 목사는 2003년부터 2년간 이라크에 파병 다녀온 경험을 말한다. “군목은 예배도 인도하지만 카운슬러에 더 가깝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전쟁터에서 군인을 영적으로 붙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귀한가요. 적의 포탄을 피해 전장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사병의 손을 꼭 잡아주면 큰 위로가 되지요.”
아내도 그 점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한다. 군목이 되어서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군인을 구하고 싶다고 한다. 군 생활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군목이 되기로 결심했단다.
“군목이라도 군에서는 특정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기도도 예수님이 아니라 하나님 이름으로 드려야 하구요. 그래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대신 군인 개인에게 접근해 마음을 위로하고 예수를 영접케 하고 싶어요.”(조은이 목사)
딸 셋(10, 9, 3세)을 둔 엄마라는 점이 군목이 되고 싶은 조 목사에게 최대 고민이다. 명령에 따라 살아야 하는 군인이기 때문에 자녀와 떨어져 지내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비역 대상 군목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여군이 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조 목사에게 지금은 ‘몸 만들기’가 최대 과제다. 군목이 되려면 체력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종교 다원주의가 널리 퍼진 세상에 절대 진리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는 게 이들 예비 중위 부부의 목표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