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캄보디아에 복음을”전국일주 나서는 오석환 목사

2007-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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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복음을”전국일주 나서는 오석환 목사

▲오석환 목사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막히는 프리웨이도 쉽게 뚫고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인터뷰 약속 30분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오니 막힌 프리웨이도 쉽게 뚫고 지나와 약속시간 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한다. 길 막혀서 약속시간에 늦겠다는 전화는 받아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모터사이클 타는 목사’, 오석환 목사(영어명 로버트·오이코스 선교회).
애마인 혼다 VTX 1300을 타고 5월14일부터 6월10일까지 미 전역을 도는 계획을 세웠다. 6,600마일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이다. 짧게는 하루에 60마일, 길게는 450마일을 모터사이클에 몸을 맡겨야 하는 행군이다.

모터사이클 타고‘천사 투어’떠나요

HSPACE=5


한센병 환자·미래학교 돕기
1,004명 100만달러 모금목표
5월부터 6,600마일 대장정에

오 목사가 길을 나서는 목적은 캄보디아 한센병 환자와 밝은 미래 학교 돕기 모금이다. 오이코스 선교회가 4년 전 설립한 밝은 미래 학교는 캄보디아 품뜨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초등학생 133명이 28에이커 대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를 짓기 위해 격리됐던 한센병 환자가 마음에 걸려 오 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오 목사는 이번 모터사이클 크로스컨트리를 ‘천사 투어’로 이름지었다. 1,004명이 1,000달러씩을 내면 100만달러가 모이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V2R 재단을 설립해 캄보디아에 여러 이름으로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 이미 풀러신학교의 할리 데이빗슨 클럽이 투어에 동참하기로 했다.
오 목사는 캄보디아와 다른 인연은 없다고 한다. 1997년 묵상 중에 “성령께서 갑자기 캄보디아를 말하고 가셨다”고 말한다. 그 다음해에 LA에 캄보디아 난민이 모이는 교회를 오이코스 선교회를 통해 개척했고, 캄보디아 목사 컨퍼런스 등도 열고 있다.
오 목사는 운전면허증을 딴 15세 때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흔까지 모터사이클을 쳐다보지도 않게 됐던 사건이 19살 때 일어났다. UC버클리 철학과에 다닐 때, 친구 모터사이클을 빌려 타고 나갔다. 앞바퀴를 들고 우회전을 하는 데 갑자기 검은 캐딜락 승용차가 튀어나왔다.
도저히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 순간, “하나님, 지금 살려주시면 철없이 까불고 모터사이클 타던 죄를 회개하고 마흔까지 절대 타지 않겠습니다”고 서원기도를 했다. 오 목사는 그 기도에 응답이 있어 가까스로 차를 피해 넘어지며 목숨을 구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흔까지는 ‘모’자도 꺼내지 않고 살았다.
지금 타는 모터사이클은 하나님과 약속을 지키고 난 뒤, 마흔 생일에 산 애마다. 이번 전국 일주를 마치면 주행거리가 2만마일이 넘을 거라고 한다.
모터사이클이 왜 좋냐고 물으니, 자신이 쓴 시집 ‘모터싸이클 위에서’를 보여준다. 서문을 보자.
『산다는 것이 버스를 타고 다 같이 여행하는 것이 아닌 오토바이의 홀로서기의 질주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시작했다. 그러한 삶의 철저한 ‘하나됨’을 의식하면서부터 오히려 내 주위에 모든 영혼을 귀중히 여기게 되었다. 홀로되기 전엔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모터사이클은 혼자만 타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같이 타면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게 모터사이클이라고 답한다.
“뒤에 타면 앞사람 허리를 붙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 친밀해진다. 최근에는 헬멧에 워키토키가 부착돼 있어 뒷사람과 얘기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어 더 친해진다.”
오 목사에게 전국 일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운전면허 따자마자 매형의 선더버드를 타고 전국을 돈 지 딱 30년 만이다. 그때는 아시안이 전국을 다니는 게 드문 일이라, 만일을 대비해 총을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길 떠나는 심정을 물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살든지, 우리의 도움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오 목사의 여정은 웹사이트(www.oikosbishop.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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