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험이 선수를 만들다

2007-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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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혼

솔개도 오래되면 꿩을 잡는다 했다. 세상의 모든 일도 경험하면 쉬워지고 요령이 생기게 마련이라서 그런지 재혼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 결혼문제에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있으며 선수가 다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쫀쫀한 남자는 이제 질렸어요. 뭐든 대범하고 너그러운 남자. 말수가 적고 넉넉한 포용력을 가진 남자. 그런 포용력은 그가 이룬 경제력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그런 남자 찾아주세요.”
먼저 실수를 상대의 단점에서 찾아 이번만큼은 그것을 피하려는 심정은 물론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그것만 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는 게 재혼인가? 괴로움 없고 어려움 없는 재혼생활이 있겠는가? 재혼선진국의 통계를 보면 초혼 이혼율이 40%이고 재이혼율은 70%에 이른다고 하니 선수가 다된 이가 심사숙고한 재혼인데 이렇게 또다시 헤어진다니 아이러니한 문제다.
결혼 특히 재혼에 있어 특출한 기량을 가진 선수란 없다. 그것은 대부분의 재혼 대기자들이 나름대로의 성공확신을 가지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선수 못지않은 자신감으로 배우자 주문을 하는데 그 주문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오로지 ‘조건’과 ‘느낌’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과 상대를 위한 배려나 노력은 생각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남녀결혼의 시작은 ‘느낌’과 ‘조건’이 될 수 있으나 이혼사유의 많은 부분은 ‘느낌’이나 ‘조건’이 아닌 서로의 인간적인 궁합이나 돌발상황의 대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혼에 성공한 많은 이들의 얘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속 썩히는 자식, 내 맘과 다른 가족들, 재산문제나 질병, 그 외 수많은 위기들에 절대 좌초하지 않았다. 또다시 실패는 죽음이라는 각오로 인내하고 비켜서 가며 살아서 얻은 성공이다.
자신이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과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데 그 많은 조건과 좋은 느낌들이 무슨 소용일까.
이런 사람을 만나겠다는 생각에 앞서 자신을 먼저 냉정하게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 수 있는가” 라고.
결혼생활에 자타가 인정하는 진정한 선수란 누구인가? 별다른 노력 없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영원히 함께하는 상대를 만나고 그런 상대가 되어준 사람이 진정한 선수이겠으나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듯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최고의 상대이겠거니 하고 배려하고 인내하면서 덤덤히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시대 진정한 결혼선수의 모습이 아닐까?

김영란 <탤런트·행복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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