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2007-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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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떼꼬떼(Haut Couture)와 자수(Embroidery)

프랑스어로 오떼꼬떼는 파리의 고급 의상실이나 그 의상실에서 만드는 주문복을 의미합니다. 오떼꼬떼는 조합에 속해 있으며 의상실의 전속 디자이너가 고객을 위하여 계절에 앞서 새로운 창작 디자인을 발표한 뒤 팔기 때문에 일반 주문복점이나 기성복점과는 구별됩니다.
조합규약에 따라 작품발표회는 1월 말과 7월 말 연 2회 열리며 그 시즌의 작품을 패션모델이 초청된 개인이나 바이어(백화점), 저널리스트에게 선 보이도록 의무화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종종 세계적 유행이 생겨납 니다. 프랑스는 18세기에 들어 눈에 띄게 세계의 패션을 주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중심은 취미가 고상한 궁중 여성들이었으며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속 디자이너 로즈 베르탱이 오떼꼬떼의 원조로 간주됩니다.
자신의 창작 디자인을 손님에게 파는 오늘날의 오떼꼬떼의 기초를 닦은 사람은 1858년 파리에 자신의 의상실을 낸 영국인 C.F. 워스 입니다. 그 뒤 푸아레, 샤넬, 디오르, 발랑샤, 가르뎅에 의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
패션도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여러층의 레벨이 있으며 그 중 오떼꼬떼는 최고의 패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유행은 오떼꼬떼에서 영향을 받아 시작되며 그 중 자수는 오떼꼬떼에서 빠질 수 없는 장식 중의 하나입니다.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콥트직(織)의 꽃무늬에 색실로 수를 놓은 고대 이집트의 유물이 남아 있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수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시대별로 남아있는 것이 다른 제품에 비하여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서양 자수의 특성상 천과 자수실이 썩기 쉬운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옛 시대의 것이 남아 있기가 어려웠고 11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외태피스트리’와 같은 대작이 큰 손상 없이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은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16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흑사(黑絲) 자수는 염료에 포함되어 있는 산(酸) 때문에 대부분 부식되어 형태 보존이 어려웠고 금실이나 은실로 놓은 고급자수는 대부분 도난돼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2주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빠리에 가서 세계의 패션트랜드가 시작되는 프리미어 비전을 방문하였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동행한 학생들의 눈속에 비치는 호기심과 열정을 보는 순간 미래 패션산업을 이끌 희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며 그들에 대한 흐뭇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고 저 역시 흥분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프리미어 비전의 참관을 마치고 세계의 자수의 대가인 르사지(Lesage)사에 학생들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와 르사지는 1900년대 아버지 알벗 때부터 아들까지 3대째 이어져 오고 1995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실버훈장을 받은 자수의 대가이며 샤넬, 디오르, 이브생로랑, 지방시, 크리스찬 라쿠아등 모든 오떼꼬떼의 디자이너와 일을 하는 거장입니다.
르사지 사장은 디오르사의 100주년기념 패션쇼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에게 2시간이나 할애하여 정성스레 회사를 견학하게 하는 배려를 보여 줬습니다.
회사 구석구석에 있는 200년이 넘은 직조기계를 비롯하여 현재 샤넬에 납품이 되는 가벼운 트위드 헝겊에 기존에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장식된 영롱한 크리스탈은 저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한쪽의 자료실에는 1900년대 부터 현재까지의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주문한 수만가지 재료로 장식된 샘플 자수조각을 보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대와 달리 한정된 정보와 기술로 그토록 정교한 자수를 제작해 세계 오떼꼬떼의 중개자로서 아름답고 엘레간트함을 유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www.acawh.comk

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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