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사랑합니다&감사합니다’

2007-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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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든 학교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승욱이가 너무도 익숙해져 있던 학교 BCLC. 한국학생으로는 개교이래 거의 처음이었지만 승욱이가 이 학교를 다니면서 승욱이 외에 한국아이가 4명이나 늘었다. 졸업식이 학교울타리 안에 작은 교회에서 있다고 졸업식 날 정장을 될 수있으면 입혀 보내 달라고 했다. 마침 아버지 장례식에 입혔던 정장이 있어서 승욱이를 마지막으로 스쿨버스에 태워 학교에 보냈다.
10시부터 있을 졸업식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처음 승욱이가 학교를 다니던 때가 생각이 난다. 갓 두살이 넘은 아기 승욱이를 차에 태우고 왕복 60마일 거리를 하루에 두 번, 2년을 꼬박 운전해서 데리고 다니다가 그다음 3년간은 승욱이만 전용으로 타는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처음 6개월은 학교 가서 하루종일 자지 않으면 하루종일 우는 것이 승욱이의 일과였다. 집에서 싸준 도시락은 단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었고 선생님의 어떤 교육에도 동참하지 않았던 고집불통 꼬맹이가 지금 일곱살이 되어 초등학교를 가면서 유치원을 졸업하는 날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학교를 쭉 한번 둘러보니 그곳에 너무 많은 추억이 묻어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사연 없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또 이런 학교를 만날 수 있을까?
졸업식을 하는 작은 교회가 가득 찼다. 이 학교 미국 부모들은 학교의 작은 행사에도 모두 참석을 한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줄 알았다. 그만큼 부모들의 행사 참여도가 대단하다.
다섯살반 아이들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이 승욱이네 반아이들이 입장한다. 지난번 음악 콘서트를 함께 해주었던 뮤지션들이 생음악으로 졸업가를 연주 해 주고 있다.
트리샤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제일 앞에서 걸어 들어오는 승욱이, 졸업식의 개념은 전혀 없고 발표회를 하는 날로 알고 있는 승욱이 까불까불 난리다.
담임선생님이 한명 한명 반 아이들을 호명하며 졸업장을 준다. 드디어 승욱이 차례, 트리샤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이 않올 줄 알았는데, 나의 천사가 이 학교를 떠난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지난 5년 나를 너무 행복하고 보람있게 해 주었던 작은 신사, LA에 있는 시각장애학교 가서도 여기에서처럼 잘 성장하길 바랍니다.”
트리샤 선생님을 똑바로 보지 못하겠다. 선생님이 입을 막고 흐느끼고 있다.
난 엄마에게 승욱이를 맡기고 트리샤에게 걸어갔다.
난 트리샤를 꼭 안았다. “승욱이를 이만큼 키워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우리가 만난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지난 5년간 함께 울고, 웃고, 기뻐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끝까지 사랑해줘서 감사해요. 어떻게 말로 감사한 것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승욱이 잘 키울 게요. 선생님의 제자였던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또 잊지 않으며 승욱이에게 선생님 얘기 많이 하며 살 게요.”
트리샤가 낮은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승욱이를 내 인생이 만나게 해주신 분께 감사드려요. 앞으로 승욱이에게 좋은 일이 있건 나쁜 일이 있건 저에게 연락해줘요. 언제든 도울 게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으로 학교를 빠져 나오며 ‘학교 모든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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