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교 영어 통역 15년째 봉사

2007-03-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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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영어 통역 15년째 봉사

김부운씨는 설교 동시통역을 하기 전에 꼭 “실수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나성영락교회 김부운씨

“설교자 메시지 그대로 전하려 긴장
실수할까봐 성경구절 통째로 암기
영혼 인도하며 제가 축복 더 받았죠”

김부운씨(65)는 매주 토요일 오후면 설교 준비에 들어간다. 자신이 직접 설교문을 쓰는 건 아니다. 림형천 나성영락교회 담임목사가 다음날 할 설교의 개요를 보내오면 영어 번역에 돌입한다.
5∼6시간을 설교문과 씨름한다. 림 목사가 전하려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영어로 옮기기 위한 노력이다. 1993년 3월14일 박희민 원로목사와 함께 시작한 설교 동시통역이 1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 세월에 작성한 영어 설교 번역문을 쌓아보니 자신의 키만큼이나 된다고.
김씨는 오전 7시 시작하는 주일 1부 예배부터 5부 찬양 예배까지 꼬박 예배당을 지킨다. 동시통역을 시작할 때 세 번이던 게 이제는 다섯 번으로 늘었다. 각 부 예배마다 설교자의 메시지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만 14년간 김씨가 주일 예배에 빠진 건 단 두 번이다. 해외 출장 갈 일이 있어도 4일 일정으로 잡는다. 주일 설교 동시통역을 빼놓지 않기 위해서다.
“한 사람이라도 제가 통역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보람을 느낍니다. 매 주가 보람된 시간입니다.”
김씨는 현재 법정 통역사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변호사로 일하다 1989년 LA로 이주한 뒤 법정 통역만 하고 있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복고 교사로 재직하다 196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통역이라면 달인이 됐을 법도 하지만, 김씨도 설교 통역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 한(恨)과 부활을 영어로 옮길 때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이런 단어가 나올 때면 설교자가 전달하려는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한다.
김씨는 통역을 하면서 자신이 더 많이 축복을 받았다고 말한다. 설교에 인용되는 성경 구절은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늘 통째로 암기한다고 한다. 한글과 영어 성경도 페이지 끝이 닳아 헤어질 정도로 많이 본다고.
김씨의 동시통역을 듣는 사람은 약 50명. 외국인이나 한글에 서툰 1.5세와 2세가 주 대상이다. 김씨는 매주 통역을 듣는 뇌성마비 청년이 웃고 예배당을 나갈 때면 통역이 잘 됐구나 느낀다고 한다. 자신이 통역을 시작한 초반부터 꾸준히 듣던 한 청년이 얼마 전 결혼식 초청장을 들고 나타났을 때도 세월이 흘렀다는 걸 느꼈다고.
김씨는 최근 좋은 후계자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설교 통역은 단순히 한글과 영어만 잘 안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터운 신앙심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김씨는 굳게 믿는다.
“My single-minded deter mination is to reach out and touch the lost souls for the glory of Jesus.”(제 유일한 결심은 예수님의 영광을 위해 잃어버린 영혼에 손을 뻗어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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