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 뭐해… 나도 다 느낄 수 있어요”

2007-03-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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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시·청·후·미·촉각 등 오감 어떻게 발달하나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기 존재를 과장하고 싶어 안달하는 시기가 있다. 그러나 ‘한 관계’를 거치고 나면 자아가 깨지고 자신만을 향하던 몰입이 허물어지고 세상에 대한 저항감이 무너지며 오히려 세상을 껴안게 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이 관계란 여성에게 있어서 아니 인간에게 있어서 부모가 되는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와의 관계는 한 여성을, 한 인간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며, 심화시키기도 하며 포기하게도 하고 또 다른 것을 얻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거대한 엔진보다도 힘이 더 센, ‘파워풀한 아기’는 어떤 존재로 어떤 상태로 태어나는 것일까? 아기의 5관의 발달에 대해 알아본다.

임신 6주면 냄새 맡고
생후 6개월엔 이름 알아들어
부벼주고 안아주면 ‘깔깔’


■청각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자궁에서 듣던 익숙한 목소리는 식별할 수 있다. 임신기간 마지막 6주 안에 듣던 노래와 이야기까지도 구별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후 한 달이 되면 ‘파’와 ‘바’소리를 구별할 수도 있다고 매서추세츠 주 캠브릿지 마운트 오번 병원의 소아과 의사 마이클 오그맨은 말한다. 6개월이 되면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고 반응하기도 하며 옹알이하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즐기기도 한다.
<아기가 좋아하는 소리>
△잡음-배큠 클리너, 라디오, 천장의 팬 돌아가는 소리 등은 뱃속에서 듣던 웅성거리는 소리를 닮아있어 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고음-아기들은 낮은 저음보다 고음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따라서 아기에게 얘기할 때는 목소리를 한 톤 높일 필요가 있다.
△자장가나 동요 리듬을 좋아한다.
★아기를 재울 때 조용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엄마 뱃속에서 항상 무언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깊은 침묵보다는 약간의 소음이 있는 것이 아기의 낮잠에 도움이 된다.

■시각
태어날 때 가장 낙후되어 있는 감각이 시력이다. 신생아는 8~12인치까지 밖에 보이지 않고 그 건너에 있는 사물은 흐리게 보일뿐이다. 두 눈을 동시에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초점도 잘 못 맞춘다. 이는 엄마와의 결속에 도움이 되는 한 도우미이기도 하다. 아기는 모유를 먹일 때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만 시력이 확보되어 있다. 그 이상은 보이지도 않고 아직은 볼 필요도 없다.
<아기의 시력회복 단계>
△신생아-엄마 얼굴 보기를 즐긴다. 특히 눈과 머리모양에 관심이 높다. 시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흑백 디자인, 대담한 무늬, 크고 밝은 색상의 물건에 관심이 있다.
△2개월-양 눈이 원활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사물이 움직이면 따라서 눈을 움직이기도 한다. 침대 위에 걸린 모빌의 움직임을 즐기며 거울 앞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4개월-이제 색상이 눈에 들어온다. 완구용 장난감이 눈에 들어오며 방안의 사물이 구체적으로 시야에 잡힌다.
△6개월-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디어 관심 안에 깊숙이 들어온다. 테디베어의 얼굴이 보이고 딸랑이 장난감의 디자인에 관심이 가고 침실 창 밖의 나무가 시야에 잡힌다. 육체적으로 개안이 되는 것이다.
★생후 2개월까지는 테두리를 보는 시력이 중심을 보는 시력보다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침대 위의 모빌은 생후 2개월이 지나서 달아주도록 한다.

자궁안에서 맛샘 돌기 발달
엄마가 먹은 음식에 익숙
신생아는 가시거리 12인치

■미각
맛샘 돌기는 자궁 안에서부터 발달되어있다. 탯줄로 영양을 공급받았기 때문에 엄마가 먹었던 음식의 맛에 이미 익숙하다.
태어나서도 모유를 먹는 아기는 엄마의 입맛과 비슷하게 음식의 향미를 느끼고 있다. 모유의 맛은 엄마가 먹은 음식에 의해 매일 다르기 때문에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포뮬러를 먹고 자란 아이보다 다른 음식에 더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모든 아기의 공통점은 단맛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모유와 포뮬러 모두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아기들이 즐기는 천연음식이다.

◆이유식
생후 4~6개월이면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한다. 이때도 아기들은 단맛을 여전히 선호하기 때문에 애플소스나 바나나 퓨레는 선뜻 받아먹지만 그린 빈이나 피 이유식을 주면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항상 같은 맛에 익숙해 있어서 다양한 이유식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모유를 통해 마늘까지 먹고 자란 ‘모유 아기’는 이유식 때 다른 종류의 음식을 먹이기가 보다 용이하다.
★맛 샘 돌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없어지므로 아기의 입맛이 엄마보다 더 섬세할 수 있다.

■촉각
자궁 안에서 가장 먼저 발달되는 감각이 촉각이고 태어나면서 제일 많이 발달되어 있는 감각이기도 하다. 아기들은 안락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육체적인 접촉에 목말라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촉각을 통해 아기와의 유대를 긴밀하게 다질 수 있다.
<사랑한다는 느낌을 전해주기에 가장 좋은 감각>
△맨 가슴으로 아기의 알몸을 안아준다.
△우유나 모유를 먹일 때 등을 쓰다듬어준다.
△안고 뺨과 뺨을 부빈다.
△포근한 담요에 폭신하게 싸준다.
△부드럽게 마사지해준다.
★6개월이 되면 두 손으로 세상 탐구에 나선다. 담요의 거친 질감은 부드러운 질감과 다르므로 이를 만지기를 즐기고 아빠의 수염 난 턱과 엄마의 부드러운 뺨, 머리칼 만지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입으로 가져가는데 이는 촉각이 가장 발달된 입을 통해 사물을 느끼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후각
임신 6주면 아기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해 생후부터 8세까지 냄새 맡는 능력이 발달된다. 어린 시절 몇 년간은 성인보다 냄새를 더 잘 맡고 식별하기도 한다. 태어난 후 모유를 먹어본 아기는 생후 1주일도 안 돼서 모유냄새로 엄마를 식별한다.
<냄새로 아기와 연결되려면>
△샴푸, 비누, 방향제를 항상 같은 것으로 사용한다. 아기는 익숙한 냄새를 좋아한다.
△아빠도 엄마처럼 항상 같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한다. 그러면 아빠와 아기의 유대감이 더욱 견고해진다.
△아기가 칭얼댈 때 엄마의 세탁하지 않은 셔츠를 주면 그 냄새를 맡고 아기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아기가 배는 고프지 않은데 잠을 못자고 칭얼댈 때 엄마 대신 아빠가 아기를 달래준다. 엄마의 모유 냄새는 아기를 긴장시켜 더 잠이 안 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생아에게도 향기요법이 통한다. 바닐라 향을 맡으면 편안해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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